"한국 분들 왜 저를 좋아해주실까요"…멜로눈빛 뿜는 이 남자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33)는 ‘아오키 준고’ 그 자체였다. 잠시 잊고 지냈던 첫사랑을 상기하는 청순한 얼굴로 멜로 눈빛을 뿜어내는데, 최홍(이세영)의 마음이 동요하는 건 당연했다.
언론에 미리 보여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1~2회에선 일본 유학을 온 홍이 준고를 만나 사랑을 하다가 이별한 후, 5년 만에 한국에서 재회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사랑의 온도가 달라 헤어짐을 선택한 홍과 뒤늦게 홍의 외로웠던 사랑을 이해하게 된 준고의 재회가 아련하게 펼쳐지는 정통 멜로 드라마다. 홍은 좋은 사람인 민준(홍종현)과의 결혼과 본능적으로 끌리는 준고 사이에서 아픈 사랑을 겪는다. 27일 오후 8시 공개된다.
연출자인 문현성 감독은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애절한 서사를 그대로 따랐다. 다만 2005년 원작임을 고려해 시대상에 맞는 변화를 줬다. 소설에선 7년의 기간을 두고 준고와 홍이 재회하지만, 드라마에선 5년으로 줄이는 식이다. 홍의 캐릭터에도 원작에는 없는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설정을 추가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 작품에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문 감독에 따르면 제작팀 내 만장일치 의견으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사카구치 켄타로가 한국 작품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세였던 2010년부터 모델로 활동해 온 그는 2014년 영화 ‘샨티 데이즈 365일, 행복한 호흡’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한국에선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작에 출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엔 한국 팬미팅을 처음으로 개최, 티켓팅 1분 만에 전석 매진돼 화제가 됐다.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문 감독의 열정적인 제안도 있었지만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있는 남녀의 솔직한 스토리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 한국 작품 첫 출연이다.
A : “한국 분들이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다. 그러다 2018년부터 일본 작품을 들고 한국에 무대인사를 종종 왔다. 한국 작품은 출연한 적이 없는데도 올 때마다 굉장히 좋아해주셨다. 왜 그럴까, 나도 궁금하다. 내가 한국 작품을 한 적이 없어서 인기 있다고 하기 애매했는데, 앞으론 당당히 ‘나, 한국에서 인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
Q : 한국에서의 촬영은 어땠나.
A : “촬영 감독님이 컷이 바뀔 때마다 왜 시선을 돌렸는지, 자세를 바꾼 이유가 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셨다. 문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팀 성격인지, 원래 한국 촬영이 이렇게 섬세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배우의 모든 동작을 이해하고 담아내려고 했던 점이 신선했다. 또 촬영 내내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에 놀랐다. 일본에선 휴식 시간에만 마시는 정도다.”
Q : 준고는 어떤 캐릭터인가.
A : “5년 동안 한 사람만 바라보는 순애보라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감정은 시간에 따라 풍화되기 마련인데, 극중 소설가인 준고는 홍을 모델로 글을 써서 그랬는지 마음 속에서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홍과 5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에선 대사 없이 눈빛 만으로 복잡한 감정을 모두 표현해야 했기에 섬세하게 접근하려 했다.”
Q : 준고 입장에서의 대본 수정도 있었다고.
A : “원래 대본에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굉장히 많았다. 일본에선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고 좋아한다는 정도로 애정을 전달한다. 특히 홍이 문화 차이 등으로 외로워하다가 준고와의 이별을 선택한 것이라면, 사랑한다는 말은 더욱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그런 의견을 잘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Q : 국제 연애의 경험이 있나.
A : “없다. ‘준고와 홍이 이래서 힘들었겠구나’ 상상하며 연기했다. 둘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서로 외국인이라고 인지하는 건 처음 만났을 때 정도였을 거다. 언어 장벽이 있겠지만 사랑은 근본적인 감정이니까. 오히려 다툼이 생기는 건 사소함에서 왔으리라 생각했다. 준고는 홍의 외로움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Q : 이세영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A : “나 또한 1~2회까지 본 상태라 이후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촬영장에선 호흡이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 전화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을 때 딱히 말하지 않았음에도 서로의 감정대로 주고 받는 상황이 있었다. 연기 합이 좋다고 생각했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이세영이 태양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어 대사, 기타, 노래 연습까지 해야 했는데 힘든 내색 없이 촬영장을 밝게 만들어줬다. 나도 그런 분위기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Q :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A : “한국의 보디가드가 정말 멋있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섬세하게 붙어서 경호해 주시더라. 그런 역할이 탐났다. 보호 대상은 여자일 수도, 남자일 수도 있고 그 감정은 사랑일 수도, 신뢰일 수도 있다. 뭐든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면 좋겠다.”
Q : 함께 하고 싶은 배우는.
A : “한국 올 때마다 박보검과 작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친구처럼 지냈다. 일을 할 때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한데, 박보검과는 그런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어떤 작품이라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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