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토사-똥오줌 섞여 난리... 앉지도 서지도 못한 소들

9월 20·21일 폭우, 경남 남해군 한 축사 '큰 피해'... 남해, 다행히 인명피해 없어

[남해시대 전병권]

▲ 지난 23일 폭우로 인해 피해 입은 축사 내부 모습이다. 비와 토사, 소의 대소변이 섞여 있어 소들이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 남해시대

지난 20~21일 200년 만에 내린 기록적 폭우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재난 대비를 잘한 덕분에 경남 남해군에는 도로에 토사나 나무, 자갈이 쏟아지는 등 공공 시설물에 대한 피해는 일부 발생했지만 인명 피해나 대대적인 시설물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서면의 한 축산 농가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살다 살다 이런 상황은 처음"

이번 물폭탄으로 인해 큰 피해 없이 지나간 줄 알았지만 서면의 모 축산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농가는 산 중턱에 축사가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230두 정도 소를 키우고 있다.

20일 폭우가 시작된 첫날 축사 위쪽에 밭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린 것. 농장주는 많은 양의 비와 토사, 소의 대소변이 섞여 20일부터 매일 이를 퍼내고 제거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난 23일 축사에서 만난 농장주는 "제가 소를 키운지 40년 됐는데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허탈함을 토로했다.

이어 농장주는 "많은 양의 비와 토사, 소의 대소변이 섞여 이를 퍼내는 데만 최소 일주일이 걸릴 것 같다"며 "무엇보다 소들이 3일 동안 제대로 앉지도 못해 걷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어 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축사에는 송아지를 밴 암소도 있었다.

아울러 그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생긴 일인데 누굴 탓하겠느냐"라며 "톱밥이라도 지원해 주면 몰라도, 다들 어려운 상황인데 실질적인 지원은 어렵지 않을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 지난 20~21일 폭우로 인해 서면의 모 축사에 토사가 쏟아졌다. ⓒ 남해시대

역대급 강수량

20~21일 예고 없는 물폭탄이 휩쓸고 간 남해군의 평균 강수량은 262.9mm로 집계됐다. 20일에는 82.55mm, 21일에는 180.35mm로 각각 나타났다.

이틀 동안 남해군 10개 읍·면에 내린 비의 양은 고현면 482.5mm, 설천면 437.5mm, 남해읍 275.5mm, 서면 250.5mm 순으로 집계됐고, 삼동면과 창선면에는 245.5mm로 나타났다. 이어 이동면 225mm, 남면 173.5mm, 미조면 151mm, 상주면 142.5mm 순으로 조사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