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금지령까지…21표차, 치열했던 日총리 결선투표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승리한 27일 일본 자민당 이번 총재 선거는 이례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까지 내릴만큼 치열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날 결선 투표에서 총 215표를 확보해, 194표를 얻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을 21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일본 TBS방송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츠키 자민당 선거관리위원은 전날 총재선거 직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두 후보 사이에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스마트폰 메시지 등을 이용해 마지막 표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는 소속 국회의원 368표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47표를 합쳐 당선자를 가린다. 의원 표의 비중이 큰 만큼 파벌 등의 개입을 막고 의원 개인의 판단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자제령을 내린 것이다.
스마트폰 말고도 눈짓을 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표를 호소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에 사츠키 위원은 “옆에 앉은 사람을 꼬집는다면 모르겠지만, (누구에게 표를 찍을지에 대한) 그 정도 판단은 혼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총재 선거 열기를 보여주는 다른 모습은 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이른바 ‘중진 참배’였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아소파를 제외한 다른 파벌이 해산을 결정한 상황에서 치러져, ‘무파벌’이 주요 키워드였다.
그럼에도 중진 중 한 명인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의 집무실에서 출마자 중 한 명이었던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나오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탈파벌이 포인트인데 니카이 전 간사장을 왜 만났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가미카와 외무상은 “한사람, 한 사람에게 부탁한 것 뿐이다. 한 명, 한 명씩”이라고 해명했다.
가미카와 외무상 다음에 니카이 전 간사장의 집무실에 들어간 건 결선 투표 끝에 총재직을 거머쥔 이시바였다. 이시바가 떠난 뒤 1시간 후에는 ‘젊은 피’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도 니카이 전 간사장을 찾았다고 한다. 고이즈미는 “한사람 한사람씩 성심성의껏 부탁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지를 부탁했느냐’란 질문에 고이즈미는 이번에도 “선거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답하고 자리를 떴다.
‘탈파벌’ 속에서도 수뇌부와 거물 의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총재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언론에 “표를 모으려고 결국 모두 파벌에 의존하고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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