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첫 발도 못 뗀 국회에 애타는 용산…“적극 나서겠다”

허진 2024. 9. 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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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연금개혁안을 국회로 넘겼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생각은 없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7일 연금개혁의 진행 상황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정부는 4일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국민연금 단일 개혁안을 내놨다. 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개혁안을 어떤 위원회에서 논의할지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금 문제가 고난도의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별도의 연금개혁특위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루면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이 나온 뒤 3주가 넘도록 국회가 별다른 논의의 진전이 없자 대통령실과 정부는 애가 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연금개혁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 사항이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입법부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21년 만에 단일안을 내서 개혁 논의를 촉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국회가 정부안을 내라고 해서 정부는 진짜 정부안을 냈는데, 막상 국회가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의료·노동·교육개혁과 저출생 대응 등 이른바 ‘4+1 개혁’에 명운을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맡겨주신 소명을 완수하는 길”이라고 표현하는 등 틈날 때마다 개혁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 추진을 위한 정치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이 24~26일 조사해 27일 공개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3%에 머물렀다. 2주 전 조사에 비해선 3%포인트 올랐지만, 역대 대통령의 3년차 2분기 지지율과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한다. 의료개혁 과정에서 생긴 ‘응급실 뺑뺑이’ 논란으로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는 등 개혁 추진 그 자체가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부작용까지 생겨났다.

게다가 연금개혁 자체에 대한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23~25일 조사해 2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연금개혁 등 연금 정책에 관해 묻는 질문에 긍정 평가는 33%에 그쳤다. 정부안 발표 이전인 석 달 전 조사와 같은 수치지만 지난해 6월에 비해선 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임에도 ‘연금 보험료를 내봐야 어차피 돌려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한 2030세대의 긍정 평가는 17%에 그쳤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연금개혁은 원래 인기 없는 정책”이란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원래 연금개혁이라는 게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압도적 찬성 여론 속에서 박수를 받아가며 한 적이 없다”며 “그래도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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