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야스쿠니 참배 안할 것…과거사 사죄는 기대 말아야"
" 우려는 덜었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해서도 안 된다. "
27일 열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차기 일본 총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간사장이 전개할 한·일 관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예상이다.
이시바는 총재 선거에서 ‘3강’을 이뤘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전 환경상과 비교할 때 한일 문제 역사 인식에서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총리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갈등 거리를 만들지 않고, 기존 한·미·일 안보 협력 등을 중시하는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시바는 과거 한국과의 역사 문제에서 전향적·친화적 발언을 많이 해 왔다”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전개된 개선된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시바는 지난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일본에도 한국에도 ‘이대로가 좋을 리가 없다. 뭔가 해결해서 과거의 오부치 총리-김대중 대통령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미·일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중시해 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총리의 노선을 기본적으로 따라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시바는 '방위 오타쿠'라고 할 정도로 방위 정책의 디테일이 강하면서도 논리적·합리적 부분이 있기 때문에 대화하고 협력하기에 편할 수 있다”며 “자신이 주장한 공약인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을 위해서라도 미·일, 한·미·일과 협력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홍규 교수는 “현재 일본은 누가 총리가 되든 중국 권위주의 체제 봉쇄란 명분으로 미국이 벌이는 미·중 전략적 대결 구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으로선 미국과 한국과의 협조체제를 지속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기에 여기에 균열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시바 정권에서 일본 정부가 역사 인식 문제 등에서 한국에 실질적으로 진전된 행동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집권 자민당의 전반적인 입장을 넘어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시바는) 한국에 대한 악감정이나 비판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관계 개선, 협력 분위기는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과거사에 대한 사죄나 담화를 원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너무 큰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원덕 교수도 “이번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를 비롯한 후보 9명 모두 헌법 개정을 지지했다”며 “이시바가 다른 후보에 비해 전향적이라 해도 자민당 주류의 생각을 넘어서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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