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건보 10조 투입… 상급종합병원, 중증 위주로 싹 바꾼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목표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진료하는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서 기능을 확립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발생한 의료공백은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에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중증·응급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방안은 지난 7월 11일 제5차 의료개혁특위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추진 방향’을 발표한 이후 21차례에 걸친 의견 수렴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 및 중대본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참여 의료기관이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계획서를 제출한 뒤 이를 준수하면 수가 등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된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등 본래 기능에 적합한 환자에 집중하도록 진료구조를 전환해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간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적합 질환을 정의하고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개선한다. 현행 기준에는 중증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중증으로 간주해야 할 필요가 있는 환자를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로 보고, 그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다.
기준에 따르면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2차 병원에서 의뢰된 환자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KTAS) 1~2에 해당해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 ▲일반 성인보다 치료 난도가 높은 소아환자 등이 해당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는 현행 ‘중증환자 분류체계’도 단순히 상병 기준이 아닌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새로운 분류기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 병원 간 협력도 강화한다. 그간 상급종합병원은 2차병원과 같은 환자군을 두고 경쟁해왔다. 이 관계를 환자 중심의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 수준을 확대한다.
특히,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의뢰·회송의 틀을 대폭 개선한 전문 의뢰·회송 제도로 전환한다. ▲권역의 진료협력병원 간 ▲의사의 전문적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기록 등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의뢰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이 과도한 병상과 진료량 확장 대신 의료질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반입원실 허가병상을 축소한다. 정부는 수도권 쏠림 해소와 비수도권 환자 수용 확대 등을 고려해 수도권은 10~15%, 비수도권은 5% 수준으로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환자실, 격리병실,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등 정책적으로 유지가 필요한 병상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현재 40% 수준인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비중을 20%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으로 전공의 비중을 줄일지 기준은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전공의가 중등증 이하의 수술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련의 모델을 마련해 실행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연간 3.3조 원, 3년간 총 10조 원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이는 기존에 발표된 2028년까지 예정된 건강보험 ‘10조원 + α’와는 별개로 추가 지원하는 금액이다.
특히 저평가된 중증수술 인상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910개 수술 수가와 수술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 인상해 총 3500억 원을 지원한다.
또 3.3조원의 지원규모 중 30%에 해당하는 1조원은 기존 행위별 수가의 한계에서 벗어나 구조전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불방식을 도입해 투자한다.
정경실 의료개혁 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 시행을 계기로, 그간 왜곡된 의료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 걸음이자 중간 과정”이라며 “바람직한 전달체계의 확립이라는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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