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 줄여야" 손흥민 소신 발언 지지하는 이유

곽성호 2024. 9. 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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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빡빡한 리그·늘어난 대항전·A매치까지, 부상으로 쓰러지는 빈도 '증가'

[곽성호 기자]

 26일(한국시간) 가라바흐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
ⓒ AP=연합뉴스
"경기 일정이 너무 많고, 이동도 많다. 선수들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데, 경기가 너무 많아서 무척 어렵다."

지난 26일(한국시간), 축구 대표팀과 잉글랜드 명문 토트넘 훗스퍼 주장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페이즈 1차전을 앞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전 세계 축구는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축구 중심으로 불리는 유럽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지역은 클럽-A매치 대항전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경기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팬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고 있는 유럽 지역은 특히 그 변화의 폭이 훨씬 크다.

2024-25시즌만 놓고 봐도 그렇다.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는 조별리그 6경기에서 8경기로 늘렸으며 한 개 조에 4팀이 들어가는 형식이 아닌 36개 팀이 리그전을 펼치는 '페이즈' 시스템으로 변화했다. 이에 더해 16강 플레이오프를 창설해 경기 수를 더욱 늘렸으며 챔피언스리그 하위 대회인 유로파리그, 컨퍼런스 리그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A매치도 달라졌다. 지난 2018-19시즌부터 유럽축구연맹은 A매치 기간, 55개 국가가 리그전을 펼치는 '유럽 네이션스 리그'를 창설했다. 유럽 내 55개의 국가가 피파 랭킹에 따라 4개의 조로 나뉘게 되고, 리그 승강제도를 도입해 유럽 국가들의 축구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많은 역효과를 낳았다. 기존 전력과 미래 자원들을 점검할 수 없게 됐고, 매 순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 이에 따라 많은 유럽 내 대표팀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경쟁의 시대에 살아야만 했고, 결국 희생양은 선수들의 몫이 됐다. 치열한 리그와 유럽 대항전을 치른 이후 휴식 시간도 없이 국가대표팀에 참가해야만 했고, A매치 기간에도 100%의 전력을 쏟아내며 많은 피로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에 더해 유로와 월드컵 지역 예선까지 치러야만 하는 상황. 선수와 감독들의 입에서 불필요한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8일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스페인과 맨체스터 시티 중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중인 로드리는 "(선수 집단 파업의) 상황에 가까워졌다. 이대로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라며 불필요한 경기를 줄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로드리는 지난 시즌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총 5275분을 뛰었고, 리그-챔피언스리그-유로-네이션스 리그를 오가며 혹사에 가까운 경기 일정을 소화했다. 커리어 내내 철강왕 면모를 뽐내며 정상급 실력을 뽐냈던 그였지만, 그는 결국 부상으로 쓰러졌다. 지난 23일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맞대결에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의심되는 부상을 입었다.

경기 뛰는 선수들 의견도 들어야
 이번 시즌 ACLE와 리그를 병행, 살인적인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는 광주FC
ⓒ 대한축구협회
유럽에서 압도적인 체력을 뽐내는 선수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축구에서도 경기 수가 이번 시즌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24-25시즌부터 클럽 대항전에 변화를 가져갔다. 상위 대회였던 챔피언스리그는 엘리트라는 명칭을 등에 업고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로 변화했으며 하위 대회인 AFC 컵은 챔피언스리그 2로 바꿨다.

엘리트 대회는 기존 챔피언스리그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조에 4개 팀이 편성돼 2위까지 토너먼트 진출권을 획득했던 방법과는 달리, 엘리트 대회는 서부와 동부에 출전하는 권역별 12개 팀이 추첨을 통해 8개의 구단과 경기를 치르는 리그전 형태로 이뤄진다. 12개 팀 중 가운데 8위 안에 들면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 6경기만 치르면 됐던 상황에서 2경기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의 부담은 커졌다.

특히 이번 시즌 엘리트 대회에 참가하는 울산-광주-포항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고, 스쿼드 깊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광주-포항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에 더해 챔피언스리그 2 대회에 참가하는 전북 현대는 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으로 이어지는 긴 원정 거리 부담과 A대표팀 차출 인원까지 겹치며 많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감독들도 경기 수 감축에 동의하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에 대해 "많은 목소리가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무언가를 바꾸려면 선수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선수들만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 감독, 스포츠 디렉터, 미디어, 구단주 없이도 비즈니스는 존재할 수 있지만, 선수가 없으면 경기를 할 수 없다. 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무조건 경기 수를 늘리고 빅클럽들과의 경기가 연이어 펼쳐지는 것만이 스포츠가 재미있는 건 아니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의견도 귀를 기울여야만 더욱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 수 있다.

늘어난 경기, 적절한 휴식 체계에 대한 논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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