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어도 불어나는 사업체…영세 자영업, 60대 사장 늘었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사업체 수는 매년 증가세다. 속을 들여다보면 질 좋은 제조업체는 줄고, 영세 자영업체는 늘고, 사업체 대표는 늙어가는 등 질이 나빠졌다. 본지가 최근 창간기획으로 보도한 ‘2024 자영업 리포트’의 단면이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3년 전국 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체 사업체 수는 623만8580개로 집계됐다. 2022년 사업체 수(613만 9899개)보다 9만8681개(1.6%) 늘었다. 같은 기간 사업체 종사자 수도 2521만7123명에서 2532만1526명으로 10만 4403명(0.4%) 증가했다. 통계 방식을 개편한 2020년 이후는 물론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이미 인구 '자연 감소' 시대에 접어든 상황과 딴판이다. 매년 늘던 국내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기 시작했다.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면서다. 통계청은 국내 인구가 2030년 5131만명, 2072년 3622만명(1977년 수준)으로 쪼그라든다고 전망했다.
인구가 주는데 사업체 수가 늘어나는 건 경제에 활력이 돌아서가 아니다. 고령화 시대에 먹고 살길은 막막한데 일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꼴로 자영업자다.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5070세대다. 김혜련 통계청 경제총조사과장은 “제조업을 비롯한 대규모 사업체보다 서비스업 등 영세 자영업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사업의 ‘양’은 늘었지만, 사업의 ‘질’은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산업별로 봤을 때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체 수는 1년 새 5만4000개(-9.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세한 일자리로 분류되는 도·소매업은 5만3000개(3.5%), 피부 미용, 간병 등 기타 서비스업은 2만7000개(5.5%), 배달 종사자 등 운수업은 2만5000개(3.8%) 각각 늘었다. 종사자 수도 같은 기간 제조업은 3만8000명(-0.9%), 건설업은 3만5000명(-1.8%) 줄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업은 8만2000명(3.3%), 숙박·음식점업은 7만8000명(3.5%) 각각 늘었다.
지난해 전체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도·소매업이 25.2%로 가장 컸다. 숙박·음식점업(13.8%)이 뒤를 이었다. 전체 사업체 10곳 중 4곳가량이 두 업종이란 의미다. 제조업체 비중은 8.5%에 그쳤다.
사업체 규모로 봤을 때도 1년 새 종사자 1~4명 업체는 7만2000개(1.4%), 종사자 5~99명 업체는 2만7000개(3.3%) 늘었다. 반면 종사자 100~299명 업체는 393개(-2.5%), 종사자 300명 이상 업체는 38개(-0.8%) 각각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사업주인 곳이 6만4000개(4.4%) 늘었다. 이어 40대가 1만 4000개(0.9%), 50대가 1만 3000개(0.7%) 늘었다.
1년 전보다 상용 근로자(사업주가 직접 고용)가 12만3000명(0.8%) 늘었지만,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도 1만 1000명(0.2%)도 증가했다. 무급 가족 종사자는 보수를 받지 않고 부모 등 가족이 운영하는 자영업을 돕는 취업자다. 구직 활동을 접거나 일자리를 잃은 경우 무급 가족 종사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라는 ‘메가 트렌드’ 뿐 아니라 최근 내수 부진의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제조업 중심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 폐업 지원을 강화해 재기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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