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담배 피우는 장면 많은 '조커2'... 이런 의미일 수도

안치용 2024. 9.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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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

[안치용 기자]

▲ [안치용의 영화리뷰 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a Deux)] 니체에서 예수로 비상한 조커 '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a Deux)'(2024년)는, 2019년 개봉해 화제를 모은 '조커'의 속편이다. 폴리 아 되의 되(Deux)는 불어로 2란 뜻이니, 이 영화는 '조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조커2'이자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 된다. 각각의 주인공이 두 개의 이름을 갖는 것과도 연결된다. 즉 두 편에 걸쳐 열연한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 플렉이자 조커이고, '조커: 폴리 아 되'에만 출연한 레이디 가가는 리 퀸젤이며 할리 퀸이다. 되(Deux)는 영화 전편에 걸쳐 주제를 상징한다. by 안치용 #조커:폴리아되 #호아킨피닉스 #레이디가가 #토드필립스 ⓒ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폴리 아 되(Folie à Deux)'는 정신분석학과 정신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둘 이상의 사람이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상태를 공유하는 현상이다. 이인조정신병(二人組精神病), 감응성정신병(感應性精神病) 등으로 번역한다. 한 사람의 정신병적 상태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거나 감염되는 형태를 보인다.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일 때 주로 발생한다.

< 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à Deux) >(2024년)는, 2019년 개봉해 화제를 모은 <조커>의 속편이다. '폴리 아 되'의 '되(Deux)'는 불어로 2란 뜻이니, 이 영화는 <조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조커2>이자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 된다. 각각의 주인공이 두 개의 이름을 갖는 것과도 연결된다. 즉 두 편에 걸쳐 열연한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 플렉'이자 '조커'이고, <조커: 폴리 아 되>에만 출연한 레이디 가가는 '리 퀸젤'이며 '할리 퀸'이다. '되(Deux)'는 영화 전편에 걸쳐 주제를 상징한다.

법정드라마+로맨스+뮤지컬

<조커: 폴리 아 되>는 2년 전 고담시를 충격에 빠트린 아서 플렉이 리 퀸젤을 만나 자신 내면의 조커를 다시 마주 대하는 이야기이다. 전편의 내용을 이어받아 스토리를 끌고 가기에 되도록 <조커>를 보고 이 영화를 보는 게 좋다. 폭력이 줄어들고 로맨스와 법정 장면이 자주 나온다. 레이디 가가가 캐스팅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뮤지컬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노래 장면이 많이 등장한 것이 <조커: 폴리 아 되>를 전편과 크게 달라 보이게 만드는 형식상 특징이다.

"우리는 이유 없이 노래를 틀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노래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 주가 돼야 했다. 촬영하면서 바로 그 순간, 그 공간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인물의 감정선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말처럼 두 사람은 노래와 춤을 라이브로 진행해 캐릭터의 순간순간 감정을 표현했다. 피닉스는 "중요한 건 잘 짜인 무대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아마추어 느낌이 풍기는 무대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진실한 모습을 담되 너무 멋있어 보이면 안 되는, 어렵지만 신나는 도전이었다"고 술회했다.
 <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a Deux)>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조커>에서 아서가, 니체의 사유를 집대성한 듯한 인물인 조커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조커: 폴리 아 되>에서는 아서/조커의 정체성 인식에 집중했다. 필립스와 피닉스는 <조커>의 촬영이 절반 정도 진행됐을 무렵에 이미 "'아서 플렉'이 가진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속편을 염두에 뒀다.

필립스 감독은 "속편을 제작하며 '아서 플렉'이란 인물을 어떻게 해체할지에 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조커: 폴리 아 되>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정체성'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두 주인공이 '광기의 공유'를 통해 각자의 정체성에 다가가는 모습이 영화의 핵심이다. 특히 아서/조커란 캐릭터의 해체를 통한 정체성 탐구가 주요하게 표현됐다. '폴리 아 되'를 '두 배의 광기'로 해석한 것은 맥락을 많이 벗어났다.

정체성 인식은 광기의 작용과 거리가 있다. 광기의 연원 탐구와 수용이 정체성 인식과 관련한다. 광기는 디오니소스적이지만 정체성 인식은 아폴론적이다. 전편에 넘쳐난 '디오니소스적 열광(der Dionysische Rausch)'이 속편에서 상대적으로 잦아든다. 광기의 폭발 다음엔 보통 '현타' 같은 게 찾아오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양상이 보이긴 한다.

정체성

필립스 감독이 정체성과 해체를 동시에 언급한 것이 흥미롭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조커와 조커의 그림자가 분열하고 다투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게 이런 것이라고 소개하는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곧바로 다중인격이 거론된다. 다중인격의 정식명칭은 해리성정체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로 영화나 소설에서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그 질병이다. 리차드 기어와 에드워드 노튼이 출연한 <프라이멀 피어>(1996년)에서 극을 끌어가는 동력이 다중인격이다.
 <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a Deux)>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조커: 폴리 아 되>의 다중인격은 좀 더 복합적이다. 아서를 살리려는 변호사(캐서린 키너)는 살리려는 그 의도에서 다중인격을 입증하려고 한다. 아서/조커란 인물은 심리적 위기 상황에서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조커가 인격을 지배해 폭력을 행사하기에 인격 전체로서 혹은 아서로서는 무죄라는 논리이다. 따라서 아서에게는 사법당국이 원하는 사형이 아니라 제도의 희생자로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할리 퀸'으로 변신하게 되는 리의 생각은 반대다. 아서/조커는 없으며 아서가 조커로 거듭났다고 파악한다. 아서가 죽고 조커는 살았다. 불세출의 영웅 조커에게 과거의 아서는 필요 없으며, 과거에 아서였던 혹은 아서/조커였던 남자는 앞으로 자신과 함께 조커로 살아가야 한다고 아서/조커를 일깨운다. 다중인격이란 주장이 성립하면 목숨을 살리겠지만 조커는 죽는다. 개인적 차원(다중인격)과 사회적 차원(반란의 영웅)이 대립한다. 변호사는 아서를 살리려 하고, '할리 퀸'은 조커를 살리려고 한다.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정체성은 변증법적으로 전개된다. 처음에 아서가 우세하지만, 리의 영향으로 조커가 지배적이 된다. 최종적으로는, 변호사를 해임하고 스스로 변호를 진행한 아서/조커는 조커가 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식으로 법정에서 고백함으로써 아서로 회귀한다. 그러나 이 아서는 변증법적으로 고양된 아서이다. 해체를 통한 아서/조커의 확인과 조커의 재각성이다. 물론 재각성은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영상으로 암시된다. 앞부분에서 교도관이 아서에게 면도를 시켜주다가 아서의 입술 끝을 베어 피가 흐르는 장면이 있다. 이때 피는 조커의 입술 상징과 달리 아래로 흐른다. 리가 아서/조커를 면회하는 장면에서 리가 유리창에 립스틱으로 조커의 입술 모양을 그리자 카메라가 그 립스틱 윤곽에 조커의 얼굴을 겹쳐서 잡는다. 조커의 각성이다. 엔딩에서 아서/조커가 쓰러져 피를 흘리는 모습에서는 입술 끝의 피가 중력과 주름을 따라 입술 위쪽으로 흐르며 조커의 입술 모양을 표현한다. 일종의 정반합적 과정을 겪으며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플롯이다.

아서/조커는 아서/조커이지, 아서이거나 조커는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해체와 성찰을 통해 조커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수용하게 된다.
 <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a Deux)>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조커의 마지막 노래에서 '가브리엘'과 '아들'을 언급한 것은 필립스 감독이 <조커: 폴리 아 되>에 종교성을 덧씌우려고 의도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놓고는 아니지만, 알만한 사람은 알 수 있다. 이슬람교에선 지브릴로 부르는 가브리엘은 신의 사자로 알려져 있으며, 예수 동정녀 탄생 사건에서 수태고지를 담당해 유명하다. 참고로 영화에서 '할리 퀸'이 임신한다.

신약성서 공관복음서의 대미는 예수의 재판 장면이다. 이 영화는 아서/조커의 재판을 예수의 재판과 중첩해 예수가 사람의 아들로서 신의 아들임을 구현했듯, 아서이자 조커인 새로운 인물의 탄생을 말한다. 노골적으로 이렇게 얘기하지 않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재판을 아서/조커의 재판에 소환함으로써 정체성에 관한 논의의 심도를 더한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많이 배치한 것은 정신분석학과 프로이트를 염두에 두고 구강적 성격(oral personality)을 암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해리성정체장애와 구강기를 연결해 해석하려는 시도가 가능해 보인다.

담배는 프로이트의 구강기와 연결되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남근 상징이다. 폭력, 권력 등을 포괄하는 팔루스가 <조커>에선 총이었지만 <조커: 폴리 아 되>에서는 담배로 대체됐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팔루스는 두 영화에서 모두 작동하지만, 총에서 가능한 현실의 직접적 폭력이 몽환적 정체성 사유로 대체된다. 만일 <조커3>이 나온다면 조커의 '부활'과 그의 세상 선포가 돼야 할까.

안치용 영화평론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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