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휴전 거부 뒤엔 극우? 이란은 헤즈볼라 지원 미미, 왜
이스라엘이 미국 등이 제안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21일간 휴전’ 협상안을 일축하고 사실상 전면전을 준비하는 배경엔 휴전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의 입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구성원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단발 공격에 그쳤다.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있는 이란의 속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타냐후, 휴전안에 동참하고 말 바꿨다?
26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두고 미국 뉴욕에 도착해 “우리는 헤즈볼라를 총력을 다해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의 휴전안 거부가 사전 논의했던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미 언론에 “이스라엘이 동참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휴전안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고려인지 작전상 고려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휴전안 논의는 지난 23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의 통화로 시작됐다. 더머 장관과의 대화는 일시 휴전이 “옳은 일”이고 네타냐후 총리가 뉴욕에 도착하기 전 발표하는 걸 목표로 하자는 의견을 나누고 끝났다.
24~25일에도 미국 관료들은 더머 장관, 레바논 측과 협상을 벌였다. 더머 장관으로부터 미 정부가 받은 메시지는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에 끌려가고 싶어 하지 않고 일시 휴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6일 네타냐후 총리실은 휴전안을 거부하는 메시지를 냈다. 악시오스는 “네타냐후는 휴전 협상에 참여했지만 26일 아침 초국수주의 연합 파트너들의 정치적 압력으로 제안에 거리를 뒀다”고 전했다.
실제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인 극우 정당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스라엘 정부가 헤즈볼라와 임시 휴전에 서명하면 정부 협력을 중단하고 “일시적 휴전이 영구화되면 우리는 정부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벤 그비르가 연정을 떠나면 네타냐후는 의회 과반의석을 잃고 정부는 무너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휴전을 위해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뉴욕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 팀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미국 관리들은 네타냐후의 공개적인 강경한 발언이 그와의 사적인 대화와 다르다고 언급해 왔다. 그들은 네타냐후가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한 정치 연합의 특정 구성원을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21일간의 휴전 제안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의 휴전 조건에 미치지 못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북쪽 국경을 따라 짧은 기간의 평온 그 이상을 원한다.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영구적으로 철수하고 이스라엘 지역 사회에 로켓 발사를 중단하기 원한다”며 “헤즈볼라도 하마스가 싸우는 동안 이스라엘과 전쟁을 중단한다면 지지자들로부터 원칙과 동맹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정도까지 헤즈볼라가 타협하려면 후원자인 이란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레바논 의원 “이란은 우리 시체 놓고 협상”
이란이 후원하는 ‘저항의 축’ 구성원들은 이스라엘을 향해 산발적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이스라엘군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방공시스템 ‘애로(Arrow)로 이스라엘 국경 바깥에서 요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엔 이라크 친이란 무장세력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이 이스라엘 남단 항구도시 에일라트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정작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앞서 일부 외신은 헤즈볼라가 이란에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란이 “현재는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레바논에선 이란이 헤즈볼라를 버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레바논의 한 헤즈볼라 지지자는 FT에 “왜 이란인들은 우리를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않는가”라며 “우리는 형제인데, 우리가 필요할 때 그들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두고 서방과 협상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내자 레바논 국회의원 마크 다우는 X(옛 트위터)에 “그들은 우리 시체를 놓고 협상한다”고 적었다.
이란, 레바논에 특사 파견…그림자 전쟁은?
FT는 “이란은 헤즈볼라를 버렸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레바논에 특사를 파견해야 했다”고 전했다. 또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저항의 축을 통해 이스라엘과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이란의 전술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에서 과거 핵협정에 서명했던 국가들과 “교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도 변화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한 이란 관리는 “이란은 서방과 대화를 위한 새로운 장을 열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신과 관련되지 않는 방식으로 (헤즈볼라) 상황을 처리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저항의 축’ 관계자도 “우리는 몇 달 동안 레바논 형제들을 돕고 싶었지만 이란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까봐 걱정해 참았다”고 말했다.
이란의 정치 분석가인 사이드 레일라즈는 FT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전략은 손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흰 장갑’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란 대리군이 직접적인 개입을 기대하더라도 이란은 값비싼 전쟁을 감당할 재정 자원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편의점 알바? 시간 아깝다" AI 세대의 신박한 용돈벌이 | 중앙일보
- 남편이 준 약물 취해 50명에 성폭행…그녀, 페미 영웅 되다 | 중앙일보
- "사랑 찾았다" 집 나간 엄마, 18년 만에 시취로 돌아왔다 | 중앙일보
- '골반에 쪽' 한밤 세 모녀 추행한 이웃…"이사" 이유로 집유 | 중앙일보
- "청소 이모 못 불러요"…20억 고급빌라 최초 공개한 한가인 | 중앙일보
- 손흥민 "우린 로봇이 아니다"…유로파리그 앞두고 작심발언 | 중앙일보
- "살려줘요" 6세 비명에 달려온 원숭이…성폭행범 때려 쫓아냈다 | 중앙일보
- 이수지, 과즙세연 만나 "거울 보는 듯"…유튜브 예고편 삭제 왜 | 중앙일보
- "개인사로 피해 안 갔으면"…장동건, 사생활 논란 심경 고백 | 중앙일보
- 신촌에만 스터디카페 50개…된다하면 '불나방 창업' 골병 [창간기획, 자영업 리포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