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시장, 부패 혐의 현직 첫 기소 “한국 관련도 수사중”
지난 2022년 취임한 경찰 출신의 에릭 애덤스(64) 미국 뉴욕 시장이 부패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현직 뉴욕 시장의 기소는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애덤스 시장이 불법 선거자금을 받고 튀르키예 측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ABC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26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검찰은 애덤스 시장을 전자금융 사기, 뇌물 수수,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 5개 범죄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애덤스 시장이 뉴욕 브루클린 구청장 시절이던 지난 2014~2021년 외국인 사업가와 튀르키예 정부 당국자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상당의 부적절한 금품 혜택을 받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2021년 수만 달러에 달하는 터키항공사의 항공권을 무료로 받고 이스탄불에 있는 고급 호텔에서 7000달러에 달하는 2박 숙박 요금을 600달러만 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애덤스 시장은 구청장 시절 튀르키예를 자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는 등 튀르키예 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검찰은 또 2021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애덤스 시장이 튀르키예 정부와 관련된 단체로부터 선거 자금을 모금했다고 판단했다. 튀르키예 측이 선거 자금을 미국 시민을 통해 전달했는데 검찰은 이를 통해 애덤스 시장이 1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외국 정부와 외국 국적자, 외국 단체가 선거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애덤스 시장이 이 같은 혜택을 받은 대가로 지난 2021년 소방당국자에 압력을 행사해 튀르키예 정부가 뉴욕시에 건립 중이던 ‘튀르키예 하우스’의 임시 사용허가를 무리하게 내주도록 했다고 판단해 뇌물죄를 적용했다. 애덤스 시장은 또 관련 메시지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받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 검찰은 “애덤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국인 뇌물 공여자들은 그와의 부패한 관계 속에서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며 “특히 2021년 애덤스의 뉴욕 시장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가 기소를 위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새벽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뉴욕시장 공관을 압수수색해 애덤스 시장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앞서 NYT는 검찰이 애덤스 시장과 튀르키예와의 관계 외에 한국과 이스라엘,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애덤스 시장은 명확한 ‘레드라인’을 여러 차례 넘었다”며 “이번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 후 애덤스 시장이 소속된 민주당에선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뉴욕)은 “애덤스 시장이 어떻게 직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사퇴 압박에도 애덤스 시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물러날 뜻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날 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선거운동 규칙과 법규를 준수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뉴욕시민들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우리의 항변을 들어달라”라고 말했다. NYT는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에게 애덤스 시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지만,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복잡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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