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곽인옥 2024. 9. 27. 11:53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
북한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사회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부에는 독특한 경제 생태계가 존재한다. 이 생태계는 공식적인 국가 경제와는 별개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인과 집단이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돈주(錢主)’라 불리는 비공식 금융업자들, 부동산 거래, 뇌물 문화, 밀수 활동, 운송업, 합의제 식당 그리고 무역회사가 이러한 부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경로들은 북한 사회의 경제적 변화를 반영하며, 주민들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북한에서 부가 어떻게 창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경로들이 북한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평양 사람들의 부(wealth)가 창출되는 경제활동
평양 사람들의 경제활동은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있다. 돈주는 북한의 경제위기 이후 형성된 신흥 자본가들로, 암시장과 장마당에서 부를 축적하며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합의제식당과 부동산은 사(私)영화가 진행되면서 부의 창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돈주들은 이러한 분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뇌물은 시장 참여자와 관리 간의 결탁을 통해 일상화되어 있으며, 이는 경제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밀수와 운송업은 국경 지대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며, 돈주들과 무역회사가 협력하여 운영되고 있다. 무역회사는 외화벌이를 통해 국가와 돈주 간의 위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돈주]
북한의 돈주는 시장경제의 발달과 함께 나타난 신흥 자본가 계층이다. 이들은 주로 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고 국가의 공식 경제와 비공식 경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배급 체계가 붕괴되면서 장마당을 통해 부를 축적한 이들이 돈주로 성장했다. 초기 돈주는 상업 및 기업 경영 활동에서 자본을 활용해 금 장사와 사금융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 분야에도 투자했다.
이들은 지방 운수, 도소매, 국영상점, 유통, 물류 부문에 투자했으며 점점 건설, 채굴, 제조업 분야로 투자 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대북 제재로 인해 내수시장에 집중하며 현대식 기업소, 상점, 식당, 부동산 아파트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돈주의 활동은 북한 내에서 불법으로 간주되고 북한 당국의 통제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많은 돈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 표는 평양시 중심구역(11개구역) 200만명에 대한 탈북자 인터뷰 내용으로 현금보유액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자료이다. 상류층은 5%(10만명), 중류층 15%(30만명), 하류층 80% (160만명)으로 조사 됐다. 상류층에는 대돈주과 중돈주가 속하는데, 대돈주는 100만달러(10억)이상 가진 돈주로 김정은 친척이나 권력의 정점에 있는 간부들이 이에 속하고, 미모가 뛰어난 여성도 포함된 신흥자본가 세력은 북한 경제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흥자본가 중에서 중앙당 산하 담배(크라빈)를 만드는 공장기업소에 투자하여 담배를 생산해 판매하는 돈주가 100여명 있는데 그들은 100억이상 가지고 있는 대돈주이라고 한다. 그들은 100억 클럽이라고도 부르며 합작하여 투자하기도 한다. 중돈주는 10만달러(1억)이상 현금을 가지고 있는 돈주인데, 무역상간부, 강성은행간부, 1급기업소(대기업) 무역회사 대표가 이에 속한다. 중류층으로는 5만달러(5000만원)이상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업에 종사하는 각종 도매장사, 개인 식당, 개인 상점, 개인 사우나 같이 자영업을 하는 돈주들이다. 하류층으로는 20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6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북한에서 제일 잘 산다는 평양에서도 하루, 하루 벌어서 살아가는 최하층민이 40만명이나 된다.
[부동산]
평양시의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북한에서는 주택 거래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평양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15년간 10배 이상 상승한 곳도 있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북한 내 빈부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자산가들은 새로운 주택 수요자로 등장하는 반면, 일부 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팔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북한 당국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인들의 주택 매매를 근절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의 사용권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거래가 가능한데 이는 한국의 장기 무상 임대주택 소유권과 유사하다. 또한 일부 중국인들이 북한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부동산 시장의 국제적 관심을 반영한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경제 구조와 사회적 변화를 초래하며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비싼 곳은 우리나라의 강남과 같은 8학군이 있는 중구역이다. 평양시에서 부동산업을 했던 L씨는 중구역 경림동과 대동문에 있는 아파트가 어떻게 건설되었는지 자세히 알고 있었다. 무역회사와 돈주가 합작하여 재건축하여 새로운 아파트를 건설하였는데 막대한 이윤을 얻었다고 한다.
경림동 아파트는 2012년에 5층 아파트(10평)가 8000달러, 2014년에는 1만 달러로 가격이 상승했다. 정부 기관 간부의 부인인 돈주는 재개발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이 아파트를 1만 달러에 구입을 했다. 재개발 후 2018년에는 경림동 아파트는 70평이 30만 달러(한화 3억), 60평이 15만 달러(한화 1억5000), 40평이 7만5000달러(한화 7500만원)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아파트를 산 돈주는 거의 2~3배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여 돈을 벌었다고 한다. 또한 철거 세대로서 아파트를 받은 노동자들은 비싼 아파트를 팔고 다른 지역의 아파트를 3개를 사서 자식을 분가시켰다고 한다.
또한 아파트 가격이 비싼 곳은 시장(장마당) 주변의 아파트이다. 시장 주변의 아파트는 가전제품이나 의류, 식당, 학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도매를 하거나 장사꾼들의 짐을 보관하는 장소로 대여도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 주변의 아파트는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 가격이 10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위 그림은 만경대 구역 당상시장이 건설되면서 주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양시 대성구역 청호동에 단독주택을 짓고, 화교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는데 반면에 화교 2세들은 시장 주변의 아파트를 구입하여 시장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뇌물]
북한에서 뇌물은 일상적인 사회적 관행이 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뇌물 수수는 두 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체제의 약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탈북민 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뇌물 공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사회주의 배급 체제가 무너지고 개인의 생존을 위해 뇌물이 필수적인 수단이 됐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뇌물 문제는 정부와 공공부문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뇌물 위험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통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 북한에서는 직장 배치나 승진을 위해 뇌물이 필요한데 특히 평양에서 심각하다. 결국 북한의 뇌물 문화는 체제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 있으며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북한 사회의 부패와 통제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위 그림은 중앙당 생활지도과 과장을 중심으로 뇌물 지도를 그린 것이다. 중앙당 생활지도과 과장은 중앙당 해외 파견 과장, 보위성 책임비서/과장, 사회안전성 책임비서/과장, 무역성 무역부장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명절이나 생일에는 뇌물을 준다. 특별하게는 인사에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뇌물을 제공한다. 북한에서 뇌물이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물을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해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뇌물지도는 어떤 조직이고, 아랫사람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윗사람에게 주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가난한 북한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곽인옥 교수 inokkw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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