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안 된다던 일을 해냈다, 레전드 장면 남긴 이 영화
[양형석 기자]
지난 1986년 오우삼 감독이 연출하고 적룡과 주윤발, 고 장국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영웅본색>이 홍콩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홍콩 누아르 역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영웅본색>은 국내에서도 1987년 개봉해 서울에서만 9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6년과 올해 극장에서 재상영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영웅본색>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자 곧바로 <영웅본색>의 속편이 제작돼 1987년 연말 개봉했다. 전편에서 주윤발이 연기한 마크가 사망했지만 엄청난 인기로 다시 등장 시키지 않을 수 없었고, 주윤발은 마크의 쌍둥이 동생이 미국에서 레스토랑을 한다는 설정으로 다시 출연했다. 다소 억지 설정이었지만 <영웅본색2> 역시 많은 명장면을 만들며 전편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실 영화계에서는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때로는 감독이나 제작사, 배우들의 역량에 따라 전편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전편보다 잘 만들어진 속편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개봉과 함께 세계 영화계에 '비주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991년작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이다.
▲ 멋진 CG가 가득한 <터미네이터2>에서 관객들을 가장 감동 시킨 장면은 T-800의 엄지손가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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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91년 7월 <터미네이터2>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의심의 시선을 보내던 관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터미네이터2>는 지금까지 여러 영화에서 보조 수단 정도로 쓰이던 CG의 위력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각인 시켰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속에 할리우드의 수준 높은 CG 기술을 제대로 녹여내면서 관객들을 매료 시켰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액션 영화들은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스토리에 소홀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터미네이터2>는 미래 세계와 연계된 암울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보이는 희망,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교감을 매끄럽게 이어가면서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그리고 T-1000을 물리친 후 '마지막 CPU칩'을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용광로에 들어가는 T-800의 희생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1984년 37세의 나이에 <터미네이터>에 출연하며 액션 배우로 전성기를 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코만도>, <트윈스>, <토탈리콜>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지다가 44세의 나이에 <터미네이터2>에 출연했다. 전편에서 악역이었던 슈왈제네거는 속편에서 선역으로 변신하며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고 1994년 <트루 라이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카메론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처럼 <터미네이터>는 할리우드 최고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승승장구했지만 카메론 감독이 하차한 3편부터 5편까지 아쉬운 완성도로 관객들을 만족 시키지 못했다. 카메론 감독은 2019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제작과 원안을 맡으며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복귀했다. <다크 페이트>는 2억6100만 달러로 역대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가장 실망스런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터미네이터1>에서 터미네이터에게 쫓기는 연약하고 순진한 여인 사라 코너를 연기했던 린다 해밀턴은 <터미네이터2>에서 여전사로 각성한 모습을 보여줬다(물론 자신을 지키러 온 T-800을 처음 보고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사라 코너로 워낙 유명하지만 사실 해밀턴은 <터미네이터>와 <단테스 피크>, TV시리즈 <미녀와 야수> 정도를 제외하면 대표작이 많지 않다.
<터미네이터2>에서 관객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캐릭터는 로버트 패트릭이 연기했던 액체 사이보그 T-1000이었다. 실제로 T-1000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빌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주인공 일행을 위협했다. T-1000은 높은 인기에 힘입어 2015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제니시스>에도 등장했는데, 한국배우 이병헌이 T-1000을 연기하면서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터미네이터2>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이자 가장 안타까운 배우는 사라 코너의 아들이자 미래 세계 인간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의 소년 시절을 연기한 에드워드 펄롱이었다. 데뷔하자마자 전 세계 소녀 팬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펄롱은 1990년대 후반까지 청춘 스타이자 유망주 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망치고 말았다.
▲ 데뷔작으로 세계적인 청춘스타로 떠올랐던 에드워드 펄롱은 알코올과 마약으로 커리어를 망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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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성적은 물론이고 완성도에서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동시에 호평을 받는 속편은 그리 자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1974년에 개봉한 <대부2>는 93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으로 2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전편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흥행 성적과 다르게 <대부2>는 97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휩쓸었고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신선도 96%, 관객점수 97%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전편만큼 잘 만든 대표적인 속편으로 꼽힌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두 번째 이야기인 <스파이더맨2> 역시 2억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가 아깝지 않은 슈퍼 히어로 영화의 수작이다. 영화 평론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고 로저 이버트는 <스파이더맨2>를 <슈퍼맨>과 함께 "현대장르가 시작된 이래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극찬했다. <스파이더맨2>는 21세기 슈퍼 히어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트로피(시각효과상)를 수상했다.
4년 후 <스파이더맨2>는 '역대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타이틀을 다른 영화에 내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였다. '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됐던 <다크 나이트>를 속편으로 분류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는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깨고 진중한 주제 의식과 현실적인 연출로 <배트맨 비긴즈>의 2.7배에 달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 <터미네이터2>는 국내에서도 서울관객 91만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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