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뉴욕서 반전 시위...휴전 압박 속 네타냐후, 오늘밤 연설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멈추라!"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유엔본부가 위치한 미국 뉴욕을 찾으면서 현지에서도 대규모 반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날 오전 유엔총회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네타냐후 뉴욕 도착 당일 곳곳서 반전 시위
ABC7뉴욕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하루 앞둔 이날 맨해튼 미드타운의 브라이언트파크와 그랜드센트럴터미널 인근에는 수천명이 모여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유엔 본부 인근까지 행진하며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지구 전쟁과 레바논에서의 공습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유엔총회 기간 출입이 통제된 유엔본부 인근에서도 소규모 반전 시위가 확인됐다. 한 연사는 "네타냐후가 금요일(27일 유엔총회 연설)에 전 세계에 거짓말을 할 것"이라며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협정에 서명하고, 인질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반전 시위는 네타냐후 총리의 총회 연설 당일인 다음날과 주말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오전 한때 맨해튼에서는 팔레스타인 측을 지지하는 한 단체가 네타냐후 총리의 시내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를 점령하며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위를 조직한 단체 중 하나인 뉴욕유대인어젠더의 필리사 위즈덤 대표는 가디언에 "외교적 해결책 외에는 해결방안이 없다"면서 "우리는 이 메시지가 네타냐후와 정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삶을 걱정하는 모든 평화적 동맹에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망한 인질의 가족인 자히로 샤하르 모르는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 연설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이를 수용하고 박수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다. 시위에 나선 PFED의 디렉터인 피프레이안 풀리한 역시 ABC7뉴욕에 "미국이 네타냐후가 유엔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하면서 면책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세금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남성, 여성, 어린이를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이어오고 있는 이스라엘은 최근 헤즈볼라가 있는 북부 전선으로 눈을 돌려 지난 23일부터 공습에 나선 상태다. 이미 700명가량이 사망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헤즈볼라 목표물 약 220곳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습에 따른 사망자만 최소 92명으로 확인된다. 헤즈볼라 역시 이날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100기를 발사하며 맞대응했다.
미국 등 '21일 휴전안' 제시...이스라엘 "휴전 없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1년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타결되기는커녕 레바논을 시작으로 중동 지역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현재 유엔총회를 계기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공습을 일단 중지시키기 위한 '21일 임시 휴전안'이 미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나, 일단 이스라엘은 이날 "휴전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뉴욕 도착 직후 공개한 성명에서 "우리는 온 힘을 다해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외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레바논 공습 강도를 낮추라고 군에 명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했다. 카츠 이스라엘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 역시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북부에서는 휴전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헤즈볼라 테러조직을 상대로 승리하고 북부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때까지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 역시 미국이 주도한 휴전안에 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휴전 조건에 미달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미사일, 드론 발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 역시 이날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후티 반군은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작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하마스에 대한 연대를 표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
네타냐후 유엔총회 연설에 눈길...팔레스타인 "대량학살, 범죄" 비판
국제사회의 시선은 27일 예정된 네타냐후의 유엔총회 연설에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가 관건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은 미 동부시간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모닝 세션에 슬로베니아, 팔레스타인에 이어 3번째로 진행된다. 한국시간으로는 이날 밤 진행될 예정이다.
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를 포함한 이스라엘 고위관리들이 미국 측과 휴전 가능성에 대해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일간 가디언 역시 미국 관리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 전까지 휴전 제안을 수용하도록 설득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밤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21일 휴전안은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이 지지를 표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에 앞서 이날 연설에 나선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기구 대표는 "이스라엘이 벌이는 대량학살은 국제범죄"라며 "대량학살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며 이러한 폭력을 돕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세계 지도자들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평화협정을 중재해줄 것도 호소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그가 연단에 등장하자마자 박수가 쏟아졌고, 연설을 마쳤을 때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반면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인 대니 바논은 압바스 대표의 26분 연설 중 '하마스'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압바스가 작년 10월7일 하마스의 반인륜 범죄는 비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압둘라 부하비브 레바논 외무부 장관 역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레바논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미국, 프랑스 등이 전날 제안한 '21일 휴전안'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외교는 쉽지 않지만, 무고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전날 레바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참석한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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