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기차의 새 심장…친환경·작업자 친화 공장으로
올해 EV3 이어 내년 EV4 가세 15만대
울산·화성 이어 핵심 수출기지로
기아는 27일 경기 광명 소하동에 위치한 오토랜드 광명(기아 광명공장) 내에서 이보(EVO) 플랜트 준공식을 진행했다. 이곳은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종래에 가동하던 광명 2공장을 약 1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첨단 공장으로 새로 단장했다.
내년과 후년께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기아 화성공장 내 목적기반차량(PBV) 전용공장,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전용공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동화 차량 생산의 중요한 거점을 맡게 된다. 광명 전기차 공장은 이미 소형 전기 SUV인 EV3를 생산해 왔으며, 내년부터는 준중형 세단급 전기차인 EV4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둔화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진 터라, 이러한 보급형 전기차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보 플랜트는 진화를 뜻하는 이볼루션(Evolution)에서 이름을 따왔다. 전기차(EV)도 연상케 한다. 화성 신공장도 같은 이름을 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회 장소로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인 광명 신공장을 낙점한 것도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상징성을 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정 회장은 신년회 당시 "이곳(광명 신공장)에서 출발해 울산과 미국, 글로벌로 이어질 전동화 혁신이 진심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새로 들어선 광명 전기차 공장은 6만㎡ 부지에 총 4016억원을 들여 기존 노후공장을 전면 재건축했다. 먼저 공사를 시작한 화성·울산 신공장에 비해 빨리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도심인 데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어 ‘최소한의 증축으로 최대한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생각으로 공사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증축이 제한된 데다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있어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전기차 공장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원래 최대 25%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회사 측은 새 공장의 키워드를 ‘친환경’ ‘작업자 친화적’으로 잡았다. 전동화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사업장으로 공정별로 새로 적용한 부분도 있다. 차체 공정은 무인운반 지게차(AGV)를 도입해 물류 첨단공장으로 꾸몄다. 도장 공정은 유성 대신 수성공법을 적용해 환경친화적이다. 의장 공정은 고전압 배터리, 휠·타이어 자동장착 등 작업자 환경을 우선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전기차 특성에 맞춰 다양한 새 기술을 도입했다고 회사는 전했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EV3는 EV6, EV9에 이은 이 회사의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국내에 먼저 출시한 EV3는 올 하반기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에도 팔기로 했다. 광명 신공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EV4도 만든다. 기아의 유일한 준중형 전기 세단이다. 두 차종이 중요한 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로 보급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많은 업체가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에 들어간 만큼 신형 전기차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EV3와 EV4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면 광명 신공장 생산능력은 연간 15만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아 광명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이 늘어나면서 울산(현대차)·화성(기아)과 함께 전기차 핵심 수출기지로 부상했다. 광명공장은 그간 수출 전기차가 없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해외 판매를 시작하면서 수출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기아 광명공장에서는 기존 라인을 활용해 대형 전기 SUV EV9을 만들고 있다. 이 차는 북미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날 준공식에는 박승원 광명시장과 임오경·김남희 국회의원, 이지석 광명시의회 의장 등 150여명이 왔다. 박승원 시장은 "앞으로 회사와 함께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아 대표(국내 생산담당 부사장)는 "기아 광명 이보 플랜트는 브랜드 리론칭 이후 꿈꿔온 전기차 리딩 브랜드로서 첫걸음을 견고히 다지는 자리"라며 "전기차 시장에서 혁신을 선도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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