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인투 더 리듬'…접촉지대로서 미술관의 의미
스위스 취리히 비영리조직 온큐레이팅과 협력
취리히·베를린·서울 등 11팀 아티스트 참여
"이번 전시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예술이거나, 또는 잠재적 예술 경험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 스코어'(Event Score)의 연장선이다." - 도로시 리히터 온큐레이팅 큐레이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국제협력 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를 통해 미술관을 전시 관람의 장에서 체험과 삶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과 예술을 융합하는 '스코어(Score)'에 기반, 공동체의 공존방식을 토론하기 위해 기획됐다. 동아시아의 식문화나 예술계의 여성 작가들의 지위, 코로나 시절 멈췄던 영화, 공연, 예술계 종사자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시각을 담은 전시가 아르코 공연 프로그램과 결합해 관객들을 찾아간다.
11월 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취리히, 베를린, 싱가포르, 서울, 제주 등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공연예술 기반 작가 11팀이 참여,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하는 '워크숍 주간'에는 스위스 작가와 한국의 컬렉티브가 협력하는 프로그램 등 11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는 2022년부터 시작한 국제협력 프로젝트로 스위스 취리히를 기반으로 출판 및 기획 활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 온큐레이팅(OnCurating)의 도로시 리히터, 로날드 콜프 큐레이터와의 협력 주제 기획전이다.
온큐레이팅은 온큐레이팅 저널(OnCurating Journal)과 전시공간(OnCurating Project Space)을 운영하며, 큐레토리얼 실천과 전시의 형식 실험을 통해 동시대 현대미술의 비평적 담론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미술관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 개입, 상황들이 벌어지는 '접촉지대'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스코어는 음악, 시, 안무, 시각예술 등에서 행위나 연주, 퍼포먼스를 위한 가이드와 설명의 수단을 뜻한다. 이 형식은 1960년대 "예술은 곧 삶"이라는 플럭서스 운동의 이벤트 스코어(event score)의 연장선에 있다. 도로시 리히터 온 큐레이팅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타인과 관계 맺기의 형식으로서 '스코어'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는 퍼포먼스적이고 예술적인 행위를 신체적 리듬, 음악적 리듬, 즉 정동과 연관된 것으로 본다. 참여작가 11팀은 퍼포먼스, 안무, 사운드, 영상설치에 기반한 출품작으로 초대를 통한 환대 가능성, 다른 존재와의 공생체 만들기, 공동과 집단의 힘,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공동체의 포용에 대해 탐구한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은 리듬이라는 정동을 매개로 집단적인 힘의 응집과 그 잠재성을 드러낸다. 참여작가는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 마야 민더, !미디엔그루페 비트닉, 산 켈러, 손윤원, 슈틸니만-스토야노비치, 야광,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여다함, 탠저린 콜렉티브, 팔로마 아얄라 등 총 11팀이다.
엘리자베스 에베를레는 최근 몇 년 사이 예술계 내 여성 작가들의 재현에 관한 아카이브를 구축한 작가로, '빅 시스터' '여성의 비중' 같은 페미니즘적인 시각의 작품들을 구현했다. 다양한 예술계 여성 관련 데이터들을 수집해 미술 현장과 사회 내에서 지속되는 젠더 불평등을 가시화한 작품으로 현재 예술계의 여성 지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
마야 민더는 요리, 바이오해킹, 퍼포먼스, 미디어 설치를 통해 음식에 관한 이야기, 진화론적인 생물학, 관계적 미학에 대해 다루는 작가로, 생태적 사유 안에서 집단적 스토리텔링과 지식을 공유한다. '그린 오픈 푸드 에볼루션'은 미디어키친 실험실로서, 요리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학문과 삶의 영역을 연결하기를 시도하며 동아시아에서 주로 섭취, 소비되는 해조류를 배치하고 인간과 구분되는 존재들과 공존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전시와 함께 해조류와 콤부차가 믹스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경험도 함께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스위스 참여작가의 방법론과 개념을 지금의 사회적 의제와 상황 속에서 재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와 협력작가가 참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모듈 가구를 제작하는 슈틸니만 스토야노비치의 '모듈러 스트럭처 (에디션 3)'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피스오브피스'가 제작 협력을, 사회적 포용과 지속가능한 실천을 주제로 '그린레시피랩'과 '예술육아소셜클럽'이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엘리자베스 에베를레와 한국 여성예술가 네트워크 '루이즈더우먼'이 협력하는 워크숍 '간격을 조심하세요!'는 한국의 젠더 불균형에 대한 리서치와 그 변화의 방식을 모색한다. 전시 기간에는 하은빈, 종달정이 스코어를 재해석한 '스코어 액티베이션' 프로그램이 주말마다 열린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다양한 예술 주체와 관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는 접촉지대로서의 미술관의 기능을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했다.
전시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아르코미술관에서 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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