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입에 쏠린 눈…30일 금융지주 회장단 회동
'금융사고·신뢰회복·내부통제·新성장동력…' 쓴소리 이어질 듯
회동 앞두고 신한·KB 등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참여 구체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취임 후 지속해왔던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일정을 마무리한다. 지난 8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업권별 간담회를 열고 불법·불공정으로 무너진 신뢰의 회복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온 만큼 지주사와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의제를 테이블에 올리고 당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30일 오전 김 위원장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지주 회장단과 마지막 간담회를 개최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업권을 시작으로 22일 여신전문업권, 28일 보험업권, 29일 금융투자업권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이달 들어 지난 2일 저축은행업권, 5일 자산운용업권, 9일 상호금융권 CEO들을 만나 상견례 겸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선 김 위원장은 잦은 금융사고로 금융업 전체가 신뢰를 잃은 만큼, 금융계열사의 컨트롤 타워로서 금융지주가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태가 금융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장으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현재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면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었다.
또한 금융지주·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시행 이후 처음으로 주요 시중은행장들의 선임 절차가 속속 시작되고 있는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경영 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모범관행은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해 온 가계대출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제2금융권 건전성 등 업권별 핵심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당부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은행 CEO와 간담회에서 "은행 수익이 높아질수록 사회적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왜 이런 비판이 이어지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기반한 체계를 갖춰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모인 자리인 만큼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노력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 영업에 기댄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은행업권 간담회에서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영업모델에서 탈피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쓴소리를 했다.
이어 저축은행업권 간담회에서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혁신보다 부동산 경기에 기댄 쉬운 선택을 해오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와 간담회에서도 단기수익에 치중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지주는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내년 1월부터 본격 도입되는 ‘책무구조도’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금융당국은 내달 31일까지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신청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이 23일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했다. KB국민은행도 시범 운용 참여를 밝히고 ‘KB책무관리실’ 신설을 알렸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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