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힘실리는 금투세, 비용 증가 전망에 증권사 ‘좌불안석’
이창희 2024. 9. 27. 06:01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서 당론 결정 못해…유예론 ‘급부상’
증권사, 금투세 관련비용 ‘423억’ 집행…추가 지출 불가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당초 예정대로 도입을 주장하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예론이 힘을 받고 있어 당론을 정하지 못한 영향이다.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증권사들은 유예보다 폐지를 원하는 눈치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앞서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여야 합의대로 내년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발생한 역사적인 코스피 급락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금투세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증가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도 52주 최고점인 2896.43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7일 “금투세 시행으로 인해 고액 투자자가 이탈할 경우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준다”고 지적하기도 밝혔다.
투자자들의 민심이 금투세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를 쏟아내자, 도입을 주장하던 민주당도 한발 물러서 토론회를 개최한 셈이다. 정책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경제 상황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금투세의 즉각적인 시행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금투세 여부에 대한 당론은 확정하지 못했다. 금투세 시행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는 견해와 큰 여파는 없을 것이란 견해가 엇갈린 영향이다. 결국 민주당은 당론 결정을 뒤로 미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금투세 도입에 제동을 걸고 유예를 선택할 것이란 주장이 힘을 받는다. 토론회에서 유예 입장을 펼친 이소영 의원은 지난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개인적인 추정을 전제로 “토론회가 유예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고 느꼈다”면서 “채현일 의원 같은 경우에는 바로 페이스북에 ‘유예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올렸다”고 했다.
‘금투세 폐지’ 원하는 증권사, 또다시 유예론에 ‘전전긍긍’
국내 증권사들은 금투세 도입을 가정하고 관련 시스템 구축 마련을 진행해 왔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증권사들은 금투세 유예 이전부터 기본적인 시스템 준비를 이미 마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금투세는 언젠가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보완법을 내놓고 있어 추가적인 시스템 구축 비용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소득세법 개정안 등 총 6건의 ‘금투세 보완 패키지법’을 발의했다. 패키지 법안은 소득세법 개정안 4건, 지방세법 개정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현행 금투세 면제 구간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상향 조정 △부양가족 1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 발생 시 연말정산 기본공제 △반기별 원천징수 제도를 연 1회 확정신고 변경 등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증권사들은 시스템을 추가로 개편해야 한다.
개정안을 별도로 살펴봐도 내년 1월까지 금투세 관련 전산 시스템 보완은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원천징수 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이 존재할뿐더러 납세 실무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투세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으니 도입을 가정하고 준비한 금융사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섣불리 시스템을 개발하기엔 명확하게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어 개발을 완료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적으로 정확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개발에 추가 소요 시간은 불가피하고, 또다시 유예된다면 다시 도입 예정 시기가 도래했을 때 보완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책적인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하는 게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이미 금투세 시행과 관련된 컨설팅·구축비용을 상당수 지출한 상태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금투세 시행 관련 컨설팅 및 시스템 구축비용은 422억6000만원으로 확인됐다.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거액을 들여 용역을 진행한 것이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집행한 증권사는 85억9000만원을 사용했다. 최소 비용을 집행한 증권사도 시스템 구축 용역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14억2000만원을 들였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3곳만이 관련 사업을 완료했으나, 몇 차례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시스템 재설계·재구축이 필요하다. 이헌승 의원은 “민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 조속히 결론을 내서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금투세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대학생 대상 채용설명회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과정에서 “금투세는 부자에게 증세하는 목표지만 실상 10억 원을 가진 경우 주식 비중이 10%, 1억 원을 가진 경우 주식 투자가 90%”라며 “가뜩이나 국내에서 해외 주식으로 나가는데 금투세를 도입하면 1400만 주식 인구가 손실을 보고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증권사, 금투세 관련비용 ‘423억’ 집행…추가 지출 불가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당초 예정대로 도입을 주장하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예론이 힘을 받고 있어 당론을 정하지 못한 영향이다.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증권사들은 유예보다 폐지를 원하는 눈치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앞서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여야 합의대로 내년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발생한 역사적인 코스피 급락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금투세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증가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도 52주 최고점인 2896.43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7일 “금투세 시행으로 인해 고액 투자자가 이탈할 경우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준다”고 지적하기도 밝혔다.
투자자들의 민심이 금투세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를 쏟아내자, 도입을 주장하던 민주당도 한발 물러서 토론회를 개최한 셈이다. 정책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경제 상황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금투세의 즉각적인 시행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금투세 여부에 대한 당론은 확정하지 못했다. 금투세 시행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는 견해와 큰 여파는 없을 것이란 견해가 엇갈린 영향이다. 결국 민주당은 당론 결정을 뒤로 미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금투세 도입에 제동을 걸고 유예를 선택할 것이란 주장이 힘을 받는다. 토론회에서 유예 입장을 펼친 이소영 의원은 지난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개인적인 추정을 전제로 “토론회가 유예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고 느꼈다”면서 “채현일 의원 같은 경우에는 바로 페이스북에 ‘유예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올렸다”고 했다.
‘금투세 폐지’ 원하는 증권사, 또다시 유예론에 ‘전전긍긍’
국내 증권사들은 금투세 도입을 가정하고 관련 시스템 구축 마련을 진행해 왔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증권사들은 금투세 유예 이전부터 기본적인 시스템 준비를 이미 마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금투세는 언젠가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보완법을 내놓고 있어 추가적인 시스템 구축 비용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소득세법 개정안 등 총 6건의 ‘금투세 보완 패키지법’을 발의했다. 패키지 법안은 소득세법 개정안 4건, 지방세법 개정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현행 금투세 면제 구간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상향 조정 △부양가족 1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 발생 시 연말정산 기본공제 △반기별 원천징수 제도를 연 1회 확정신고 변경 등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증권사들은 시스템을 추가로 개편해야 한다.
개정안을 별도로 살펴봐도 내년 1월까지 금투세 관련 전산 시스템 보완은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원천징수 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이 존재할뿐더러 납세 실무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투세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으니 도입을 가정하고 준비한 금융사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섣불리 시스템을 개발하기엔 명확하게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어 개발을 완료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적으로 정확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개발에 추가 소요 시간은 불가피하고, 또다시 유예된다면 다시 도입 예정 시기가 도래했을 때 보완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책적인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하는 게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이미 금투세 시행과 관련된 컨설팅·구축비용을 상당수 지출한 상태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금투세 시행 관련 컨설팅 및 시스템 구축비용은 422억6000만원으로 확인됐다.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거액을 들여 용역을 진행한 것이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집행한 증권사는 85억9000만원을 사용했다. 최소 비용을 집행한 증권사도 시스템 구축 용역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14억2000만원을 들였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3곳만이 관련 사업을 완료했으나, 몇 차례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시스템 재설계·재구축이 필요하다. 이헌승 의원은 “민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 조속히 결론을 내서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금투세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대학생 대상 채용설명회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과정에서 “금투세는 부자에게 증세하는 목표지만 실상 10억 원을 가진 경우 주식 비중이 10%, 1억 원을 가진 경우 주식 투자가 90%”라며 “가뜩이나 국내에서 해외 주식으로 나가는데 금투세를 도입하면 1400만 주식 인구가 손실을 보고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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