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국내 첫 FDA 승인 폐암 신약 '렉라자' 개발…경험 살려 면역항암제·알레르기도 잡는다

김선영 2024. 9. 2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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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기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새 치료
바이오텍 회사와 동반 성장 원동력
R&D 이익 재투자 등 선순환 구조

유한양행은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알레르기 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글로벌 타깃 신약 개발에 나섰다.


지난 8월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의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마지막 문턱을 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한 것이다.

국산 항암제 중 최초로 미국 FDA 문턱을 넘은 ‘렉라자’는 기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했다는 부분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제니퍼 타우버트 존슨앤존슨 부사장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1차 치료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며 “항암 화학요법이 없는 새 치료법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톱 50 달성이 목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미국 내 항암제 처방의 기준으로 불리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 1차 치료 옵션으로 정식 등재됐다. 1차 치료 옵션 중 ‘권장 치료 요법’(Other Recommended)으로 권고했다.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이 개발한 항암 신약이 정식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임상 진료 지침 표준 옵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진다. 이희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 ‘렉라자’의 FDA 승인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시판 허가를 받은 기념비적인 사례”라며 “8조원 규모의 시장을 목표로 하는 K-블록버스터 항암제 출시와 이로부터 창출되는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향후 인수합병(M&A)과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달성한 ‘렉라자’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제2, 제3의 ‘렉라자’ 발굴에 박차를 가한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FDA의 승인이 발표되면서 조욱제 대표이사는 “이번 승인이 하나의 통과점이 돼 R&D 투자를 통한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글로벌 톱 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열홍 R&D총괄사장 역시 “이른 시일 내에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글로벌 시장에 론칭해 글로벌 50위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면역항암제(YH32367)와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가 ‘렉라자’에 이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은 한국과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YH32367’은 유한양행이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 중인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HER2 발현 종양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T 면역세포 활성 수용체인 4-1BB를 자극해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증가시킨다. 종양 특이적 면역 활성을 높이는 동시에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이중 항체다.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는 최근 인상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기대를 모았다. 국내 바이오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YH35324’는 항 면역글로불린 E1(Anti-IgE) 계열의 Fc 융합단백질 신약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을 가졌다. ‘YH35324’는 기존 치료제(오말리주맙·졸레어) 대비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IgE 억제 활성을 보인다. 현재 ‘YH35324’의 임상 1b상이 진행 중이며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예비적 개념 증명(PoC)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이같이 유한양행이 신약 개발 선순환 구조를 정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오픈형 신약 개발 방식으로 보고 있다. 즉 바이오텍 회사와 동반 성장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국내외 여러 바이오텍 회사로부터 기술 도입 후 자체 개발을 진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발형 R&D 투자)은 바이오텍 회사에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기술 도입이 필요한 제약사는 1차 검증된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뛰어나


이뿐만 아니라 유한양행은 기초연구를 위한 프로그램 ‘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IP·Yuhan Innovation Program)을 운영 중이다. YIP는 기초연구에 특화된 유한양행 고유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이다. 국내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 소속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 연구를 지원한다. 연구결과에 따라 유한양행은 미래 혁신 신약 R&D 기술을 확보하고 후속 연구를 협력해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은 혁신적 신약 개발을 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R&D를 통한 이익으로 재투자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R&D 투자에서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지속가능한 R&D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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