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수펑크 30조인데…체납액 23조, 11년간 1.5% 걷었다
정부가 지난 11년간 23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걷지 못하고, 세금 대신 걷은 주식도 5조원 가량을 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6조4000억원 ‘세수(稅收) 펑크’에 이어 올해도 국세 수입이 약 30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세수 확보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①악성 체납액 징수율ㅡ 고작 1.5%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악성 체납액 징수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악성 체납액 23조6702억원 중 징수한 것은 3762억원(1.5%)에 그쳤다. 이중 국세청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지난 11년간 지불한 수수료 (153억원)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징수 금액은 3609억원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징수 가능성이 낮은 사람이나 폐업한 법인 등에 대해 캠코에 징수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캠코가 징수에 성공할 경우 일부를 수수료로 주는 구조다.
또, 국세청이 캠코에 위탁한 체납액 중 위탁 업무가 해지 된 체납액은 약 16조4807억원에 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캠코가 1년 이상 체납된 건에 대해 징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위탁 해지 요청을 할 수 있다”며 "해지 된 체납액 16조4807억원 모두 국세기본법상 국세 부과 기간(5년)을 넘어 국고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②상속세 대신 받은 주식은 ‘애물단지’
정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물납재산 중 미처분 주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상속세를 대신해 받은 주식 6조469억원 중 매각에 성공한 금액은 4258억원에 불과했다. 물납(物納)은 상속인이 현금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자산 등으로 상속세를 내는 제도다. 상속 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 가액이 1/2를 초과하면서, 상속세 세액이 2000만원이 넘을 경우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받은 주식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납받은 주식의 배당금으로 207억9700만원을 추가로 수령했지만, 같은 기간 주식 매각·관리 등의 예산으로 404억2000만원(연평균 36억7400만원)을 사용했다. 기재부 측은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자설명회 등을 열기 때문에 예산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매각되지 않은 주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NXC)’ 주식 4.7조 원가량은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유찰됐고, 올해 5월 투자 설명회에서도 매수 희망자가 없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주식 가격을 더 낮춰서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세수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③캠코에 떠넘기는 구조 탓
체납된 세금의 저조한 징수율과 주식 매각율은 기획재정부·국세청이 캠코에 업무를 떠넘기는 기형적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악성체납 징수를 위탁받은 캠코는 국세청과 달리 재산 압류 등 강제 징수 권한이 없고, 체납자에게 안내문 발송이나 전화 안내 등의 업무만 진행한다. 캠코의 관련 업무 담당 인력도 올해 기준 54명에 불과하고,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1억5000만원 감소했다.
주식 매각도 구조가 유사하다. 물납재산의 소유권은 기재부에 있지만, 관리 및 처분 업무는 기재부가 캠코에 위탁한다. 캠코의 관련 인력은 올해 기준 24명이다. 캠코 관계자는 “NXC와 같은 대량 주식을 매각했던 사례가 캠코에선 전무하다”며 “올해 중 매각을 맡을 증권사를 선정해 민간에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물납 재산 매각과 세금 징수는 기재부와 국세청 본연의 임무”라며 “무작정 캠코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쥐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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