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4년 끈 도이치도 고심…"김 여사, 방조 혐의 사실관계 달라"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무혐의 결론을 심우정 검찰총장에 보고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4년간 수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관한 최종 처분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12일 이 사건 항소심에선 김 여사의 유사 사례로 언급된 ‘전주(錢主)’ 손모씨가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김 여사에게도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마지막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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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2심 선고 보름째…검찰 “사실관계 달라” 고심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현재 “전주 손씨와 김 여사는 작전세력(주범)의 주가조작에 대한 인지와 가담 정도 등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손씨와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시각은 애초부터 출발선이 달랐단 취지다. 검찰은 기소 당시부터 상고심을 준비 중인 현재까지 변함없이 손씨의 핵심 혐의를 주가조작 ‘방조’가 아닌 ‘공동정범(공범)’으로 주장한다. 반면 김 여사에 대해서는 “(투자를 권유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부인하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여부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명확하지 않다(수사팀 관계자)”는 입장이다.
앞서 1·2심 법원은 검찰과 달리 손씨를 주가조작의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손씨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상태에서 다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부양시키거나, 주가하락 시기에 2차 주가조작 시기 주포인 김씨의 요청을 적절하게 수용하여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방조 행위를 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다른 피고인들과의 역할 분담(기능적 행위지배)을 통해 범행을 공모한 수준까지는 아니다”고 1심과 같이 공모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손씨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2년여에 걸쳐 주포 김씨 등과 매매 시점·물량 등을 수시로 논의한 데 대해 ‘주가조작 방조’로만 본 것이다.
반면 김 여사는 매매 형태, 세력과 상의 여부 등이 손씨와 달라 애초에 공범으로 의율할 수 없고, 방조 혐의 역시 법적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수사팀 의견이라고 한다. 김 여사 명의 대신증권·디에스투자증권·미래에셋투자증권 계좌 3개는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인정됐지만, 대부분이 제3자에게 계좌를 맡긴 ‘일임 매매’ 형태였다. 손씨가 ‘직접 매매’를 하면서 주포 김씨 등에 “(5000주쯤) 언제 쏘라는거니 종가야 어디야” “오늘 또 사기 치면 용서 안 한다” “내가 상한가 만들고” 등 긴밀하게 소통했던 점과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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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방조 쉽지 않다…주가조작 인지 입증 어려워”
기존 주가조작 판례들에서도 ‘전주’는 방조 혐의로도 처벌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방조범은 ①주가조작을 인지한 상태(방조의 고의성) ②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정범의 행위)를 법적 요건으로 한다. 쉽게 말해 단순히 증권 계좌를 맡긴 행위(②)만으론 부족하고 ‘작전’의 존재 등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①)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의는 법리상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이면 족하다.
앞서 방조 혐의 유죄 확정 사례는 ▶무등록 투자자문사의 시세조종에 계좌를 제공하고, 관련 투자설명회 자료 등을 검토·보완한 경우(2021년, 서울북부지법) ▶작전세력이 14개 종목을 시세조종 중인 것을 알면서도 계좌를 제공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할 허위 광고 문자의 발송대금을 전달받은 경우(2018년, 서울남부지법) ▶시세조종 세력에게 자신의 사무실과 자금이 든 계좌를 제공한 경우(2009년, 서울고등법원) ▶다른 이들에게 앞선 투자 권유가 실패하자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며 시세조종 종목에 수억원을 재투자 시킨 경우(2006년, 서울중앙지법) 등 상당한 정도의 주가조작 인식과 범행 가담이 있어야 성립하는 경향이 컸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만한 증거는 “2심 판결문에 추가된 증권사 직원들과의 매매 확인 통화 녹취록들 정도”라고 한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 28일 대신증권 직원과 통화에서 “직=예, 교수님. 저, 그 10만주 냈고.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 “김=아, 체결됐죠” “직=예, 토러스 이쪽에서 가져가네요” “김=그럼 얼마 남은 거죠?” 등의 대화를 나눈다. 2010년 11월 1일엔 대신증권 직원이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주 다 매도됐습니다” 하자 김 여사가 “예 알겠습니다” 답한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거래 결과와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녹취”다.
2010년 1월 25일과 26일 신한투자증권 담당자와 “네, 이사님. 지금 4만주 샀구요. 2439원이고 되면 정가에 더 넣도록 하겠습니다”고 하자 김 여사는 “네 알겠습니다.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되묻는 등의 녹취록도 있다. 이는 1·2심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본 1차 주가조작 시기의 대화지만 사실관계 자체는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까진 “이것만으론 (주가조작을 인지했다고 보기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수사팀 분위기라고 한다.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김 여사가 2010년 1월 권오수 전 회장에게서 1차 작전 시기 주포 이씨를 ‘주식을 관리해줄 사람’으로 소개받고 10억원이 든 신한투자증권 계좌를 일임한 것을 2심 재판부가 “시세조종의 대가적 성격”으로 본 점, 김 여사가 2010년 6월 동부증권 담당자와 “도이치모터스는 앞으로 저하고 이씨 말고는 거래 못 하게 해달라”고 통화한 내역 등도 판단 재료가 될 수 있어서다.
또 김 여사가 2020년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2차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였던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종호 대표와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던 점, 김 여사와 이사 민모씨가 다른 투자 건으로 연락했던 점, 주포 김씨가 “김 여사만 빠져나가는 상황”을 우려한 편지를 쓴 사실 등이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과거에 수사팀이 조사했던 내용들로, (김 여사에 대한) 결정적 증거였다면 그때 이미 기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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