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소통? 죄다 '패싱' 아니면 떠보기" 여권, 공멸위기 확산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에 소통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나. 죄다 ‘패싱’ 아니면 우회적으로 상대의 의중을 살피는 ‘떠보기’ 뿐이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에 대해 26일 내놓은 평가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끝 모를 삐걱거림에 “소통이 막히니 탈출구도 안 보인다”는 여권 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정 지지율까지 적신호가 켜졌다. 23~25일 전화면접 방식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해당 조사 기준 취임 후 최저치인 25%였고, 국민의힘 지지율도 28%에 그쳤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거리감은 여전하다. 한 대표는 26일 당 의원총회에서 “정부·여당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고 더 잘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자”라며 “무조건 민주당 반대만 한다거나 정부 입장을 무지성으로 지지하기만 한다는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가 차별화해야 할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벌어진 관계를 수습할 기회였던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은 외려 ‘윤·한(尹·韓) 불통’의 현주소만 드러냈다는 평가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독대 무산 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오간 대화는 감기·분수정원·커피·음식 등 겉도는 이야기뿐이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떠난 뒤 한 대표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을 두고도 “왜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나”(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그럴 기회를 주기나 했나”(한 대표 측)라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에 5선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20년간 정치 생활을 한 저도 경험해보지 못한 난처한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올 초만 해도 윤 대통령과 때때로 통화하면서 현안을 조율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권성동·주호영·정진석·김기현 등 지난 여당 지도부와도 수시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 이전에는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회의 도중 윤 대통령 전화를 받거나, 용산에서 비공개로 만나는 일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소통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익명의 용산 참모진이나 ‘여권 스피커’의 비공식 발언이 채우면서 양측의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정제되지 않은 양측의 발언이 대통령과 한 대표의 오해를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여권 인사들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소통 중재자를 자처하기도 하지만 “제3자를 통해 상대의 의중을 떠보는 방식으로는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권 원로들도 이날 한목소리로 “이대로는 공멸”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문제의 실타래를 풀 사람은 결국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한 대표를 운명 공동체로 인정하고, 대승적으로 소통의 길을 터야 한다”고 조언했다. 4선을 지낸 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한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날 선 발언을 하기보다는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손국희ㆍ김민정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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