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년간 80조원 세수 펑크, 재정 역할 제대로 할 수 있겠나

2024. 9. 2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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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올해도 30조원 세수 결손, 경기 방어 대응력에 우려


세수 추계 오류 반복되면 정부의 실력·의도 의심받아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의 세수 결손을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세수 재추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 예산(367조3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재추계를 해야 할 정도로 세수 결손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반도체 업황이 나빠 올해 법인세 감소가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결손이 14조5000억원이나 됐다.

대규모 세수 결손은 경기를 방어하는 재정 본연의 역할을 흔들 수 있다. 지방 이전 재원도 쪼그라든다. 내국세의 약 40%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금의 여윳돈을 활용하고 당장 집행이 어려운 사업의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처리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세수 결손 규모가 너무 크다.

정책 당국이 족집게 점쟁이가 아닌 만큼 경제나 세수 전망은 틀릴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세수 오차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점도 있다. 하지만 세수 오차가 지나치게 크거나 세수 추계 오류가 자주 반복되는 건 문제다. 정부의 세수 추계는 예산 지출 규모나 국채 발행 한도에 대한 국회 심의의 기준선이다. 그러니 세수 추계에 크게 오차가 나면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30년간 5% 이상의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한 해는 올해까지 모두 14개 연도인데 이 중 세수 결손 오차가 발생한 7개 연도는 모두 보수 정부 때고, 초과 세수 오차는 7개 연도 가운데 여섯 번이 진보 정부 때였다. 세수 부족은 경제나 세수를 낙관적으로 예측해서, 초과 세수는 너무 비관적으로 예측한 결과다. 기재부가 보수 정부 때는 감세 기조를 지원하기 위해 낙관적 세수 추계를, 진보 정부 때는 재정 확대를 견제하려고 비관적 세수 추계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받기도 한다. 물론 당국은 부인하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기재부의 실력 부족이나 정치적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

올해의 세수 결손도 정부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 탓이 컸다.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세수 추계 모형을 공개하고 민간 전문가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전망 실패와 함께 민생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포퓰리즘적인 정책 처방을 이어 온 잘못도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랫동안 유지한 탓에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도 4조1000억원의 펑크가 났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표방해 온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추가 세원을 확보하고 전체 세수를 늘리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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