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기는 윤 대통령 [강주안의 시시각각]
윤석열 대통령은 승부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과의 충돌을 불사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쓰러뜨렸다. 이런 투지를 장착해 대통령이 됐다. 이후로도 도전장을 내는 사람들을 응징했다. 최근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 방 먹었다.
지난달 저녁 약속을 했다가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은 한 대표는 다시 잡힌 지난 24일 만찬에서 독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대통령과 ‘이인삼각’ 파트너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여당 대표지만, ‘채 상병 특검’을 두고 이견을 노출한 그에 대한 예우는 다른 당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대표는 재차 만남을 요청했으나 윤 대통령이 겸상을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한 대표의 수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한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여권 지도부와 함께 오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압승하고 나서야 약 2년 만에 윤 대통령과 마주 앉는 기회를 얻었다.
특검 언급 한동훈 독대 요청 거절
이처럼 여야 대표까지 초라하게 만든 승부사 윤 대통령에게 웬만한 인물은 대적할 상대가 못 된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맞서는 의사 단체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절충 방안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됐다.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역설하던 윤 대통령에게서 놀라운 발언이 나왔다. “(의사단체들은) 무조건 안 된다는 거다.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
전공의 대표를 비롯해 의료계의 공식 요구는 ‘원점 재검토’다. 정원 감축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개인적으로 내놨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마음속에 임 회장을 담아뒀다는 얘기다. 임 회장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게 얼마나 쉽나. 그러니 이 싸움에서 물러설 리 없다.
명품 가방 받은 김 여사는 면죄부
대통령을 그나마 긴장시킨 건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을 때 이건 적당히 넘길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아직 제대로 사과도 안 했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면죄부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원석 전 검찰총장마저 퇴임을 앞두고 김 여사 수사에 약간의 의지를 내비쳤다가 곧바로 ‘소환조사 보고 패싱’을 당했다.
돌이켜보면 김 여사에게 수사심의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외부 인사 15명 앞에서 검찰과 김 여사 측이 차례로 입장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했다. 김 여사 측은 물론 검찰 수사팀도 불기소를 역설하는 상황이니 수사심의위는 ‘불기소 설명회’에 가까웠다. 만장일치로 불기소 의견이 안 나왔다면 이상할 일이다.
뒤이어 열린 최재영 목사 수사심의위에선 검찰과 최 목사 측이 대립했고, 양측 설명을 들은 외부 인사 15명 중 과반(8명)이 기소 의견을 냈다. “김 여사 수사심의위도 최 목사 쪽에서 발언할 기회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분석한다.
작은 승리보다 19일 뒤 선거 중요
이렇듯 모든 상대를 패퇴시킨 윤 대통령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승부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선거전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어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여당 내부 선거도 마찬가지다. ‘친윤’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한 한동훈 대표는 전당대회 첫 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얻어 싱겁게 게임을 끝냈다.
내일 거소투표 신고가 마무리되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비롯해 본격적인 재·보선 국면에 들어선다. 윤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에 치러지는 중간평가의 성격이다.
작은 경쟁에서 연승한 뒤 선거에 패배하기보단 평소 많은 양보를 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획득해야 큰 정치인이다. 성공한 대통령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19일 뒤면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온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막판 초치기로 점수를 끌어올리는 경우도, 그 반대의 사례도 의외로 많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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