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아이가 좋아하는 학교
필요해… 즐겁게, 꿈을 향해
나아갈 학교는 과연 어딜까
회사에서 5년 근속 기념으로 한 달 휴가를 받아 아이들과 미국에 다녀왔다. 신랑은 일주일밖에 휴가를 내지 못해 아이 둘을 데리고 운전도 못하는 내가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한 달의 휴가를 다녀왔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호텔 앞에 있는 마트를 걸어가다가 어떤 사람이 차에서 내려서 F로 시작하는 영어로 우리 셋에게 욕을 하고 사라졌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만약 그 사람이 총이라도 들었으면 어땠을까 어지러웠다. 그런 위험천만의 순간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을 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보낸 한 달이 나쁘지 않았다.
“학원 숙제했니?” “학교 지각하면 안 되잖아!” 같은 상투적인 잔소리에서 벗어나서 아이들과도 새로운 경험을 했다. 첫째는 자전거를 배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유튜브를 보고 혼자 낑낑대더니 캐나다 스탠리파크에서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혼자 샤워를 못한다고 매번 땡깡을 부리던 둘째도 이번 여행으로 스스로 샤워를 할 수 있게 됐다. 여러모로 아이들은 조금은 자란 것 같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돈이나 좋은 환경보다 경험인 것 같다. 자신의 틀에 갇히지 않고 넓게 생각하고 크게 볼 수 있는, 나와 다른 삶이 있고 그것이 나쁘고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삶이라는 걸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그런 경험 말이다.
학원을 안 다니고 놀러다닌 것이 편하고 좋았는지 둘째는 키가 쑥 컸다. 한 달이 지나고 한국에 돌아갈 때쯤 청소년인 첫째는 친구들이 보고 싶다면서 빨리 가자고 했고, 둘째는 다시 학원에 다닐 생각에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중학생인 첫째는 걱정이 됐는지 여행가방에 무거운 문제집을 들고왔지만 2번 정도 펼쳐보고 말았다. 다양한 도시를 다니며 다양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하루에 3시간씩 학원에서 보내는 삶이 과연 정답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더운 날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모든 엄마의 고민인 교육 이야기를 하게 됐다. 10년이 넘은 사이인데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후배는 일을 그만두고 딸 하나를 키우는데 강남 한복판에 살면서도 자신의 지조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의 교육관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예체능을 다양하게 하면서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남들 다 보내는 영어학원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시작했다고 했다.
나는 아들이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 하는지 고민과 부담이 된다. “분위기를 잘 타는 아이여서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 할 것 같은데, 그건 과연 어딜까?”라는 질문을 했다. 아이들이 다 같이 공부하는, 면학 분위기 좋은 학교. 어떤 스타트업 개발자가 말했던 학교처럼 아이들끼리 모든 걸 논의해 공동의 규칙을 정하고 해결하며, 삶을 살리는 농업을 배우는 학교도 있다. 대학을 잘 간다는 자립형사립고, 외국어고교도 선택지다. 후배는 새로운 답을 내놓았다. 자기는 ○○여고를 보내고 싶다고 한다. 전통 있고 예스러운 교정이 아름다워 사대문 안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한다. 우리 아이에게 학교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라고 웃는 그 엄마가 참 좋아 보였다.
나는 아이의 학교 생각 이전에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우리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부모 마음이 가는 대로 아이가 자란다는데, 엄마들이 보내는 학원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 아이에게는 기회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조바심으로 가득하게 된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학교, 아이가 즐겁게 다니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돕는 학교라면 가장 좋은 학교일 것이다. 이렇게 머리 싸매고 혼자 고민만 하지 말고 우리 아이는 무얼 원하는지를 물어봐야겠다.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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