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마라토노믹스
한국 마라톤 인구에 2차 빅뱅이 일어났다. 취미로 오래달리기를 하는 사람 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해 500만 명 정도가 됐다고 한다. 이 변화의 주역은 30대. 이들은 요즘 풀코스 대회 완주자 중 약 20%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14년 전 약 10%의 두 배로 늘었다. 최근 기사들은 20대도 많이 달린다고 전하는데, 그들은 대회에 참가할 때 주로 하프 이하를 뛰는 듯하다.
1차 빅뱅은 2000년 무렵 발생했다. 2002년 전국 대회 수는 91개로 전년도의 67개에 비해 36% 증가했다. 마라톤온라인(marathon.pe.kr) 등록 기준이다. 지난해엔 방방곡곡에서 461개나 열렸다.
대회는 10월에 집중된다. 개최 지역은 어지간한 축제 때보다 북적댄다. 참가비에 소비가 더해지니, 지방자치단체가 저마다 매년 대회 하나 이상을 개최할 만하다. 대회 기간 소비 진작 효과는 약 20%로 집계됐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지난 3월 열린 합천벚꽃마라톤대회 기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러닝용품 시장도 호황이다. 선두 주자 나이키코리아가 연 매출 2조원 테이프를 끊었다. 최근 회계연도 매출은 2조 50억원으로 주춤했다. 나이키가 숨을 고르는 동안 뉴발란스와 아식스, 호카 같은 후발 브랜드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30대는 왜 마라톤에 빠졌나. 이들은 한동안 골프장과 테니스장에 드나들다가 가성비가 더 좋은 러닝으로 넘어왔다는 설명이 있다. 이들을 뛰게 한 유인에는 도심 달리기도 있다. 이는 더 ‘과시적 운동’이어서 만족도를 한층 더 높여준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모임을 뜻하는 ‘크루(crew)’가 붙은 도심 러닝 동호회가 몇 년새 부쩍 늘었다.
굵직한 변수는 경제 수준이다. 국가별 러너 수 비율은 소득에 비례한다. 1차 빅뱅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설 즈음에 이뤄졌다. 소득-러너 동행 추세는 소득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30대가 주도했다. 마라톤은 경제 현상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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