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선한 사람이 독한 사람을 이긴다
마음이 선한 사람과 독한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독한 사람’이란 대답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베테랑 2’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영화는 불법 도박장에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된다. 현장은 도망치는 이들로 아수라장이다. 도박장을 개장한 주범이 건물 외벽의 철 계단으로 달아나는데, 그 뒤를 형사가 쫓는다. 형사는 주범을 잡으려 몸을 던지다가 아뿔싸, 추락 위기에 놓인다. 모두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형사가 가까스로 난간 위로 올라서자 주범이 안도의 한숨과 함께 외친다.
“살았어요! 걱정 말고 우리 갈 길 가야 돼.”
그의 말과 동시에 멈춰 섰던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이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을 뒤쫓는 형사라도 죽지 않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지 모른다. 그런데도 주범의 “살았어요!” 외침은 뭔가를 환기해주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 장면은 ‘베테랑 2’ 전체에 흐르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형사 서도철(황정민)은 “그놈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목숨은 구하려 애쓴다. 그가 쫓는 연쇄살인범 ‘해치’는 정반대 캐릭터다. 억울한 피해자들을 대신해 정의를 구현하는 듯하지만 살인을 즐기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해치’처럼 독한 사람은 빈틈이 없고, 용의주도하다. 남의 마음은 털끝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하지만 선한 사람이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공감 능력이 있는 데다 유연해서 장기전에 강하다.
더욱이 싸움판이 커지면 독한 사람은 결코 이길 수 없다. 이 세상은 선한 사람들이 다수다. 서도철 곁에도 선량한 동료들이 있다. 무엇보다 서로를 위해 유·불리 따질 겨를도 없이 뛰어드는 마음들이 있다. 그러니, 독하다고 으스대지 마라. 너흰 이길 수 없다. 백전백패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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