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뉴스터치]헤즈볼라
1983년 10월 23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던 미군 막사 시설에 폭발물을 실은 트럭이 돌진해 미군 241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이어진 테러로 프랑스군 58명도 사망했다. 이 폭탄 테러를 주도한 것이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축출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을 침공하자 시아파 무슬림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아랍어로 '신의 당'이라는 뜻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친 이스라엘 정권을 세웠지만, 헤즈볼라가 성장할 토양도 만들었다.
헤즈볼라는 정치조직으로도 성장했고, 레바논 남부를 실질 지배하면서 레바논 연립 여당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도자는 하산 나스랄라(사진)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두 단체 모두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삐삐 폭탄 공격으로 지휘부가 대거 사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지상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펴자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강경파가 득세하고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93년 이스라엘과 PLO는 평화 공존에 합의하는 오슬로 협정을 맺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이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그 불신으로 중동 분쟁은 판을 키우며 꼬여가고 있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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