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목표 33조 줄였는데 30조 또 펑크
올해 정부 예산에서 세수(국세 수입)가 30조원가량 부족할 전망이다. 세금이 계획대로 걷혀야 침체한 내수를 살릴 ‘실탄’으로 쓸 수 있는 만큼 나라 살림살이에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가 26일 국회에 보고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세수가 337조7000억원 걷힌다고 재추계했다.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에서 세수는 367조3000억원이다. 당초 예측에 견줘 실제 세수가 29조6000억원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추계가 크게 어긋나기도 했지만, 큰 오류를 반복하는 게 문제다. 지난해엔 세수를 400조5000억원으로 잡았다가 56조4000억원(오차율 -14.1%) 부족했다. ‘역대 최대’ 세수 펑크 사태로 기록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세수가 33조원 줄어든다고 보수적으로 추계해 놓고도 다시 빗나갔다. 올해 추계 오차율(-8.1%)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세수 결손 기준)로 크다. 예산 대비 세수 오차율은 2021년 이후 4년 연속 8%를 넘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외부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세수 추계를 정확하게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근 4년간 세수 추계 오차를 반복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수 부족분의 절반가량은 법인세다. ‘3대 세목’ 중 법인세(-14조5000억원)와 소득세(-8조4000억원)는 줄었고, 부가가치세(2조3000억원)만 소폭 늘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과 내수 침체 여파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부동산 거래 부진도 지속했다. 유류세율 인하 등 감세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재정의 ‘입구’인 세입(歲入)을 정확히 따지지 않으면 ‘출구’인 세출(歲出)도 꼬인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줄 경우 지출을 강제로 줄여야 해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특히 올해는 총선을 치른 상반기 예산 집행률(63.6%)이 높아 연말 재정을 운용할 여력이 더 없다”고 우려했다.
법인세 14.5조, 소득세 8.4조 줄어…“기업 실적 부진, 내수침체 등 여파”
결국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쓰지 않는, 불용(不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불용은 2021년 3조7000억원, 2022년 7조9000억원이었다가 지난해 49조50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예산을 짤 때는 재정 지출이 성장률에 기여하는 효과까지 고려해 지출 규모를 결정한다. 지출을 줄이면 가뜩이나 침체한 내수에 악재다.
정부는 반복되는 세수 오차를 줄이기 위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수 추계 과정에 전문가의 참여를 늘리고 국회예산정책처와의 협업을 강화해 세수 추계 모형을 정교하게 가다듬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과거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했을 때 “세제실을 해체하는 수준의 개혁”을 언급하며 발표한 대책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규모 세수 오차를 반복하지 않도록 세수 추계 전담 인력을 늘리고, 수시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오차도 문제지만 세수가 부족한 원인이 감세 때문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며 “경기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세수 펑크가 불가피하다면 감세와 더불어 세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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