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AI를 달았다…저커버그·황 ‘뿔테안경의 비밀’
메타, AR안경 시제품 공개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는 25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에서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온(Orion)’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음 기기는 오라이온”이라고 말했다.
두꺼운 일반 뿔테 안경처럼 생긴 오라이온은 착용하면 문자 메시지 전송이나 사진 촬영은 물론, 유튜브 동영상 시청과 화상 통화도 가능하다. 안경테 안에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가 내장돼, 렌즈를 통해 눈앞에 그래픽을 비춰준다. 화상 통화 상대방의 아바타를 입체 홀로그램으로 띄우는 기능도 시연됐는데, 저커버그 CEO는 “텔레포트(공간이동)를 하듯, 멀리 있는 사람을 거실에서 만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경 무게는 98g으로, 렌즈는 유리가 아닌 실리콘 카바이드로 만들어졌다. 이날 메타가 공개한 오라이온 체험 영상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등장해 “밝기와 색상 대조가 훌륭하고, 시야각도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메타는 이날 제품 출시 일정이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AR 안경은 지난 2011년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내놓으며 화제를 모았지만, 가격이 비싸고 기능은 적어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AI 음성 비서 등 AI 서비스가 확대되고 소비자 기기에서 AI를 직접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열리면서, 꺼졌던 AR 안경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구글은 AI 비서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시연 영상에서 구글 글라스를 등장시켰고, 구글·삼성·퀄컴이 공동 개발하는 확장현실(XR) 기기가 안경 형태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플도 안경테와 다리 내부에 전자 장치를 열고 닫을 수 있는 힌지(이음새) 관련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메타의 오라이온은 안경과 얇은 손목 밴드, 무선 컴퓨터 ‘퍽(PUCK)’ 등 3종 세트다. 영상·이미지 합성 같은 작업을 안경이 아닌 퍽에서 수행해 안경의 무게와 전력 소비를 줄였다. 손목 밴드는 안경의 시선 추적 기능과 결합해 마우스 역할을 한다. 시선 추적 기술과 근전도(EMG, 뇌가 신경을 통해 근육에 보내는 신호) 감지 기술이 활용되는데, 메타의 지난 10년간 연구 개발 성과다.
관심을 끄는 건 디스플레이다. 초소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액정을 사용하는 엘코스(LCoS, 실리콘 위 액정)와 LED를 사용하는 레도스(LEDoS, 실리콘 위 LED) 및 올레도스(OLEDoS, 실리콘 위 OLED)로 나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이 시장을 노리고 뛰어들었다. 지난 8월 국내 업체 사피엔반도체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공동 개발 및 납품 계약을 맺고 AR 안경용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DDI)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이명희 대표는 “AR 헤드셋에 주로 올레도스가 쓰인다면, 야외 햇빛 아래서도 사용해야 하는 AR 안경에는 크기가 작고 밝은 레도스가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올레도스를, 메타 오라이온은 레도스를 사용했다. LG디스플레이는 SK하이닉스와 올레도스를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 LED 사업팀이 레도스를, 시스템LSI의 DDI담당 팀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도스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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