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의 기습 “매수가 75만원으로 상향”…고려아연에 남은 시간 나흘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26일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가를 75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가는 크게 올랐다. 26일 종가 기준 각각 71만3000원, 2만4950원으로 마감했다. 기존 공개매수가(고려아연 66만원, 영풍정밀 2만원)보다 주가가 오르면서 공개매수가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자 결국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MBK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8개월짜리 빚인 단기차입금 1조 4905억원을 조달하더니 다시 3000억원의 빚을 냈다”며 “말이 사모펀드지 ‘빚투 펀드’”라고 비판했다. 영풍을 향해서도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3000억원 대출까지 받아 이를 MBK파트너스에 빌려주는 믿을 수 없는 결정까지 내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을 대여했는데, 공개매수가를 높이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려면 대항 공개매수를 하는 수밖에 없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마감일인 다음 달 4일까지 휴일을 고려하면 최 회장에게 남은 시간은 나흘이다. 최 회장은 그 안에 대항 공개매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일본을 방문해 글로벌 사모펀드를 비롯해 투자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일본 내 협력사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 줄 우군을 찾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MBK파트너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방법을 찾았다”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도 만났다고 공개했다. 또 고려아연은 기존의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지난 24일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데 이어 오는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더 조달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또 공개매수가를 상향해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며 “대응할 패는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올해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포함됐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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