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겨울론, 메모리가 비웃었다
‘메모리 풍향계’는 여름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주가가 호실적으로 급등하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단 HBM3E(5세대) 양산에 돌입했다. 또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AI(인공지능) 반도체 공급 부족을 대비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모두 한 날에 일어난 일인데, 최근 업계를 덮친 ‘메모리 겨울론’이 무색하게 메모리 풍향계가 겨울의 반대편을 가리켰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4년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77억5000만 달러(약 10조3400억원)로 전년 대비 93%, 직전 분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7억4500만 달러(약 2조3300억원)로 전년의 적자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직전 분기보다 85% 늘었다. 주당 순이익은 1.18달러로 가이던스(예상치) 범위를 넘어섰다. 회사는 다음 분기 매출로 증시 전문가가 내다본 83억 달러를 넘는 85억~89억 달러를 제시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폐장 후 15% 이상 올랐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톱3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매출 순서)으로, 인공지능(AI)용 메모리로 각광받는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도 이들 셋이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방식이 달라 분기 실적발표를 가장 먼저 하기에 메모리 업계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한다. 최근 모건스탠리 발(發) ‘메모리 겨울론’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해 업계에서 마이크론 실적을 주목했는데, 보란 듯이 호실적을 냈다.
이날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D램과 HBM의 수요에 힘입고, 데이터센터용 SSD 분기 매출이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해 낸드 메모리 매출도 늘었다”며 “2024년 업계의 D램과 낸드 생산 용량이 지난 2022년의 최고치보다 낮은 데다 업체들이 HBM 생산을 늘리려 기존 D램 용량을 줄였기에, D램 수급 환경은 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한 D램 공급 과잉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26일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존 제품(HBM3E 8단)보다 D램 4개를 더 쌓아 올려 저장 용량은 24기가바이트(GB)에서 36GB로 50% 늘어났는데도 두께는 이전과 동일하다. 회사는 D램 단품의 두께를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첨단 패키징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활용해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얇아진 칩을 더 높게 쌓으면 휘어질 수 있고 열도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지만, 칩 사이 액체 보호재를 채우는 SK하이닉스의 기술(MR-MUF)을 고도화한 덕분에 전 세대보다 방열 성능은 10% 높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신제품 HBM은 엔비디아의 H200과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에 탑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가속기용 메모리에서도 주도권을 잡게 됐다.
한편, 베인앤드컴퍼니는 이날 공개한 ‘2024 기술 리포트’에서 “AI 데이터센터용 칩은 2026년까지 수요가 30% 이상 증가하고, AI 기반 기기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스마트폰과 PC 업그레이드 구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봤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6일 국내 증시에 화색이 돌았다. 삼성전자는 4.02% 올랐고, SK하이닉스는 9.44% 급등하며 18만원대를 회복했다. 이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75.25포인트(2.9%) 오른 2671.5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2.62% 급등하며 779.18로 장을 마감했다.
심서현·황의영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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