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도우면 공동 공격자”…서방에 핵 보복 으름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공격 가능 조건을 정한 자국의 핵 교리 개정을 지시했다.
개정 핵 교리 초안에선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한 핵보유국에도 러시아가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서방도 핵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25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러시아는 급변하는 정치·군사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황 변화를 예견하고, 현 상황에 맞춰 전략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 교리와 관련해 “핵 억지력의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 동맹의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핵 억제 조치가 필요한 군사적 위협의 종류도 갱신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대통령령 형식으로 갱신된 기존의 핵 교리는 핵무기 공격을 받거나 러시아의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서방국의 지원으로 건재하자, 핵 교리 개정 필요성이 러시아 내부에서 제기됐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최근 미국산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S, 최대 사거리 약 300㎞)와 미국산 부품이 사용된 영국·프랑스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최대 사거리 560㎞)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구상함에 따라 러시아는 핵 교리 수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타스통신이 뼈대를 공개한 개정 핵 교리 초안에서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과 함께, 혹은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이는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라는 대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들어갈 경우 미국과 유럽을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엄포로 보인다.
러시아는 또 맹방이자 우크라이나전 지원국인 “벨라루스가 공격당했을 때”와 “전략·전술 항공기의 대규모 이륙이나 러시아 영토를 향한 순 미사일, 드론, 극초음속 무기 발사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정보 입수” 역시 핵 사용 조건으로 추가했다. 러시아가 핵 사용 조건으로 명시한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지난 1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해 공항이 마비되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타스통신은 개정 핵 교리 초안이 “아직 푸틴 대통령의 승인을 받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핵 교리 개정이 당장 러시아의 핵 사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유럽이 휘말릴 수 있고 군사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에 영국·프랑스는 찬성하지만 독일은 반대하는 등 유럽 내에서도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러시아 본토 타격에 서방 미사일을 사용하기 위한 로비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핵 전문가인 파벨 포드빅는 워싱턴포스트에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조성하려는 조치로, 서방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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