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 인공수정도 건보 지원…제왕절개 분만 부담금 ‘0’
난임 시술로 첫아이 임신·출산에 성공한 부부가 둘째나 셋째를 원하면 건강보험에서 추가 난임 시술도 지원한다. 난임 시술뿐 아니라 제왕절개 분만 등의 본인 부담도 줄인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건강한 임신·출산을 위한 건보 지원 방안, 약제 급여 목록 개정 등을 심의·의결했다.
난임 시술 건보 지원은 11월부터 확대한다. 난임 시술 지원 기준을 부부당 25회(인공수정 5회·체외수정 20회)에서 출산당 25회로 바꾸는 게 대표적이다. 난임 시술로 어렵게 첫아이를 얻은 부부에게 추가 임신·출산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난임 시술로 임신·출산에 성공한 경우, 다음 임신을 위한 건보 지원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지원 횟수와 무관하게 새로 25회의 기회를 준다. 예컨대 현재는 인공수정 5회 차에 첫아이 임신·출산에 성공한 경우, 둘째를 갖기 위해 지원받으려면 상대적으로 건강상의 부담이 큰 체외수정 시술로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추가 임신·출산도 인공수정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된다.
높아지는 초혼·초산 연령을 고려해 45세 이상 여성의 난임 시술 본인 부담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춘다. 따라서 연령과 상관없이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의 본인 부담률은 모두 30%를 적용한다. 제왕절개 분만의 본인 부담도 완화한다. 현재 자연 분만의 본인 부담률은 0%, 제왕절개 분만은 5%다. 내년 1월부터는 분만 방법과 관계없이 출산에 따른 본인 부담을 모두 면제한다. 임신 중 당뇨병 환자가 쓰는 연속혈당측정기에도 11월 이후 건보가 적용된다. 혈당 수치를 실시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는 그간 1형 당뇨환자에게만 지원했는데, 혈당 조절이 어려워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임신부도 추가로 지원한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팍스로비드·베클루리 등 코로나19 치료제에 건보를 신규 적용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그간 이들 치료제는 질병관리청이 직접 구매·공급했다. 정부는 감염병 환자 본인 부담률을 조정하는 법령을 개정해 현재 5만원 수준인 본인부담금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난소암 치료제 건보 대상 환자도 다음 달에 확대한다. 유전자 변이 양성 기준을 늘려 환자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으로,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연간 4100만원인 약값 부담이 205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그 밖에 이날 회의에선 1차 의료방문 진료 시범사업 개선안도 논의했다. 참여 대상을 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동네 의원·한의원 외에 재택 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지방의료원)으로 확대한다. 중증 재택환자의 본인 부담도 절반가량 줄이는데, 건당 12만9000원인 방문 진료료 기준으로 환자 부담액은 3만9000원(30%)에서 1만9000원(15%)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한편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진료와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사업 참여 병원은 경증 환자를 덜 보는 대신, 중증 수술 수가·입원료 등을 높이는 식으로 보상받는다. 이 사업은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 중 하나다. 이날 복지부가 건정심에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 환자 비중을 3년 이내에 70%까지 올리고, 전공의 의존도를 20% 이하로 낮추는 등 중증·응급 진료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게 목표다.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 일반 병상을 최대 15% 줄이게 된다. 그 대신 경증·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 감소 등으로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도록 관련 수가를 인상한다. 예컨대 중환자실 수가를 50% 인상하고, 응급 진료를 위한 당직·대기 비용에 대한 수가도 신설한다.
또 올해 하반기 암 등 800여 개 중증 수술 수가 인상 때, 시범사업 참여 병원부터 우선 올려준다. 내년 상반기에는 수가 인상 항목을 1000여 개 중증 수술 등으로 확대한다. 중증·응급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게 하는 대신 병상을 비워도 손해보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사업 기간은 3년이며, 참여 병원에는 연 3조3000억원가량의 건보 재정을 투입한다.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공고한 뒤 참여 신청 병원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는데, ‘빅5’ 등 대부분이 참여할 전망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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