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가능성’ 7광구 함께 뚫나…한·일 39년 만에 만난다
대규모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해 ‘7광구’. 이를 두고 반세기 전부터 공동개발을 추진해 온 한국과 일본이 39년 만에 만난다. 〈중앙일보 6월 24일자 8면〉
26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는 27일 일본 도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7광구)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에 따른 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에선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이 참석한다. 일본 정부에선 오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나선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이면서 일본 규슈 서쪽에 위치한 대륙붕(육지의 연장 부분) 일부 구역이다.
양국 정부는 1985년 5차 회의를 가진 뒤 39년 만에 6차 회의를 갖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공동협정상 의무사항인 공동위원회 개최를 일본에 지속해서 요구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1969년 국제연합(유엔)의 아시아극동경제개발위원회가 “한국의 서해와 동중국해(제주도 남쪽부터 대만에 걸쳐 있는 서태평양의 연해) 대륙붕에 세계 최대 석유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자, 1970년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7광구를 설정하며 단독 개발에 나섰다. 그러자 일본이 반발했고, 1974년 한·일 양국이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일본 정부는 “개발의 경제성이 부족해 보인다”며 소극적으로 변했다.
한국 정부는 “탐사를 좀 더 해봐야 경제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일본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해 왔다. 현재 7광구 바로 인근에서 중국이 석유 개발(시추시설 17개 추정)을 대규모로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없다고 단정짓기엔 이르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39년 만에 일본 정부가 회의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회의 개최를 계기로 7광구 공동개발 추진에 속도가 붙기를 한국 정부는 기대한다. 다만 앞으로 양국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공동개발 협정의 효력 기간이 2028년 6월까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2025년 6월부터 2028년 6월까지 두 나라 중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끝내자”고 통보할 수 있다. 종료 통보가 이뤄지면 3년 후 협정이 깨진다.
오성익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 부의장은 “자칫 개발이 본격화하기 전에 협정이 깨지면 그 틈을 타고 7광구에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까지 뛰어들어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7광구는 ‘경계 미획정 수역’에 해당한다. 정민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2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일본 정부의 협정 이행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21대 국회에 이어 재차 채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김민중, 박현주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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