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G 징계 위기' 벤탄쿠르, 손흥민 보자마자 '눈물 뚝뚝'…SON "그를 사랑해" 인종차별 용서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인종차별 혐의로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한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감쌌다.
영국 매체 '스퍼스웹'은 25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모욕한 후 프리시즌에서 다시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오는 27일 오전 4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가라바흐FK(아제르바이잔)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토트넘 주장으로서 25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지난 6월 손흥민과 그의 조국 대한민국 사람들을 인종차별해 논란을 빚어 영국축구협회(FA)로부터 기소까지 당한 벤탄쿠르에 대해 입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벤탄쿠르는 자국 매체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서 인터뷰 진행자로부터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벤탄쿠르가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이기에, 사실상 손흥민 유니폼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벤탄쿠르도 질문을 듣자 "쏘니?"라고 되물었다.
이후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는 벤탄쿠르의 말은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라며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이후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 들이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손흥민은 SNS을 통해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라며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뒤로 하고 벤탄쿠르와 프리시즌에 재회해 다음 시즌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흘러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에 관한 질문을 받자 여름 프리시즌 때 벤탄쿠르와 다시 재회한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벤탄쿠르가 자신을 보자마자 눈물을 보였다고 고백했다.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은 "난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우리는 좋은 추억을 많이 가졌다"라며 "벤탄쿠르는 알고 있었고, 곧바로 사과했다"라며 설명했다.
이어 "난 휴가 중이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라며 "벤탄쿠르는 내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고, 이것이 벤탄쿠르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라며 벤탄쿠르가 직접 사과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또 "이후 벤탄쿠르는 훈련 중인 나를 보고 거의 울기까지 했다. 그는 정말 미안해했다"라며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실수를 한다. 난 벤탄쿠르를 사랑하고 우리는 형제로서 함께 나아간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그러면서 "우리는 FA의 절차를 기다려야 하고, 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이다"라며 F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손흥민의 말대로 벤탄쿠르와 토트넘은 현재 FA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FA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벤탄쿠르는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한 부정 행위로 FA 규정 E3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라고 발표했다.
당시 FA는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있다"라며 "이는 FA 규정 E3.2에 정의된 '가중 위반(AGGRAVATED BREACHES)'을 위반한다"라고 설명했다.
FA 규정에 따르면 E3.1엔 "관계자는 항상 경기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라며 "부적절하거나 경기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 폭력적인 행동, 심각한 반칙, 위협, 욕설, 외설, 모욕적인 언행 또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E3.2 규정엔 "E3.1 규정 위반은 가중 위반이다"라며 "여기엔 인종,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이 중 하나 이상을 명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언급한 것이 포함된다"라고 나와있다.
벤탄쿠르의 경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기에 명백히 E3 규정을 위반했다. 해당 규정을 위반한 이들에게 내리는 징계 수위에 대해 FA 규정엔 "모든 차별 행위에 대해 6~12경기가 기반된 제재가 규제 위원히에 권고된다"라고 명시됐다.
만약 벤탄쿠르가 징계를 받게 된다면 토트넘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6경기 징계만 떨어져도 토트넘은 최소 한 달 이상 벤탄쿠르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12경기 출장 정지 징계라면 벤탄쿠르는 시즌 초반 일정을 거의 다 날리는 셈이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 들였지만 FA가 이를 참작해 징계 수위를 낮출지는 미지수이다.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도 2019년 9월에 팀 동료인 뱅자맹 멘디를 검은색 초콜릿 과자 캐릭터와 비교하는 SNS글을 작성해 1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멘디가 실바를 옹호하는 편지까지 썼음에도 FA는 실바에게 징계를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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