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가 부결시킨 한석훈 “유감은 없다… 현 인권위 편향돼 있어”

정우진 2024. 9. 2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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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서 여당 몫 후보 부결
한 후보 “국회 의사 존중… 인권위 균형추 역할 해야”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야 합의안인데 부결했다며 항의하자 정회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은 26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자신에 대한 국가인권위 위원 선출안을 부결한 데 대해 “국회 의사를 존중한다. 선출되지 않은 것에 유감은 없다”며 “그동안 법조인으로서, 전문가로서 소신 있게 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사 출신인 한 위원은 2021년부터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한 위원은 “지난 3년간 위원으로 있으면서 인권위가 정치적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며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우리 사회의 제대로 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소회를 남겼다.

한 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권위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인권 문제에 대해 공정한 눈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에 대한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데 대해 “아무래도 민주당에 비판적인 사람이라고 봐서 그렇게 결정한 것 같지만 오해”라며 “저는 35년간 법조인 또는 교수로 살아왔으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그는 야당에서 자신에게 제기한 ‘전문성이 없다’ ‘반인권적 인사다’ 등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위원을 향해 “이재명 대표의 막무가내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법치파괴라는 해괴망측한 말을 내뱉었다” 등으로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다고 한다. 한 위원이 지난 6월 언론 기고를 통해 ‘이 대표를 기소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는 삼권분립을 흔든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 위원은 이에 대해 “옳은 말을 한 것 아닌가. 입법부가 입법권을 남용해 사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로서 비판할 것은 용감하게 비판해야 한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부당하고 잘못된 일을 한다면 그때는 과감하게 국민의힘을 비판할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 비판했다고 해서 반대하는 것은 옹졸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위원이 안 돼도 유감은 없지만, 앞으로 인권위원은 그런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 인권위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고 권위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인권위가 정치적으로 너무 기울어져 있다”며 “새로운 인권위원장이 왔는데, 앞으로는 편향적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쓴소리도 남겼다.

그는 “이제껏 인권위가 찬성 의견을 표명해 온 것을 보면 대부분 민주당이 발의한 의안이었다”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처럼 사회적으로, 법리적으로 논쟁이 많은 법안에 대해 인권위가 찬성 의견을 낸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 위원은 2022년 9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7조(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을 때 혼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아닌 것으로 결정이 나지 않았느냐”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섣불리 어느 한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할 때에는 인권위가 제대로 된 균형추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인권위의 한 마디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의견 표명이 되려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쟁 법안에 대해선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가 1명씩 추천한 국가인권위 위원 선출안 2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국민의힘 추천 인사인 한 위원 선출안만 부결시켰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기 당했다”고 항의하며 퇴장해 본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각 당 추천 몫 인사를 1명씩 선출하기로 한 사전 합의를 야당이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자율 의사에 맡겨 투표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야 합의안인데 부결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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