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을 미용 의료용으로 전환…수출 급증 [영업이익 강소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9.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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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레이저옵텍

반도체 등 산업용 레이저를 연구하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이 있었다. 그는 이 분야 전망이 밝다고 보고 2000년 창업했다. 막상 시장에 나가보니 대기업 뚫기가 만만찮았다. 그런데 같은 기술을 피부미용 의료기기 분야에 적용해보니 새로운 시장이 보였다. 마침 성형·피부미용 분야 성장세가 뚜렷하게 보이던 시기였다. 그길로 업종을 변경,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건선 백발 질환 치료용 UV 레이저를 고체 형태로 개발해 국제 학회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올해 2월 상장에도 성공한 레이저옵텍 성장 스토리다. 하나증권은 레이저옵텍의 올해 매출액을 448억원, 영업이익은 78억원으로 예상했다. 증권가는 이 회사가 10%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대당 5만달러 이상에 해외에서 팔리는 레이저옵텍 제품.
레이저옵텍 어떤 회사?

키스트 출신 주홍 박사 창업

창업자는 주홍 박사. 사명은 ‘레이저(LASER)’와 ‘광학(OPTIC)’을 합쳐 지었다. 초창기에는 반도체 레이저 회사였다가 얼마 안 있어 미용·의료 분야로 사업을 전환했다. 2003년 의료기기 분야에서 순수 기술로는 최초로 의료용 레이저를 개발했다.

이후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공진기(특정한 진동수의 소리에만 울리도록 만들어진 기구), 초단파펄스폭(파장이 아주 짧은 전자기파를 활용해 아주 빠른 시간 내 진동을 구현), 파워서플라이 설계, 파장 변형, 에너지 증폭 등 다양한 레이저 핵심 부품 설계 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췄다. 2018년에는 원익 전 대표 출신 이창진 대표를 영입하면서 제2도약의 길로 들어섰다.

이창진 레이저옵텍 대표는 “레이저옵텍은 5가지 레이저를 설계·제작할 수 있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이라며 “이미 40여개국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 제품은 세계 최초 티타늄 사파이어를 이용한 고체 UV 레이저 ‘팔라스(PALLAS)’와 엔디야그(Nd:YAG·일종의 크리스털) 레이저인 ‘피콜로(PicoLO)’가 있다. 특히 팔라스 시리즈에 적용되는 311㎜ 파장 자외선(UV) 레이저는 고체 레이저를 이용해 안전하고 유지비 감소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이 제품은 백반증·건선·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브라질 5개국의 의료기기 품질심사 제도인 MDSAP(Medical Device Single Audit Program)를 통과했다. 국내 레이저 기업 최초 사례다.

또 다른 의료기기인 피콜로 역시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피부 표피층부터 진피상부, 진피하부까지 치료가 가능한 이 제품은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레이저옵텍은 2022년 1000만불 수출탑 수상, 2024년 2월 코스닥 상장, 올해에는 2000만불 수출탑을 기대하고 있다.

이창진 레이저옵텍 대표
영업이익률 왜 높나

단가 5만달러 이상 고가 장비 수출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레이저옵텍은 꾸준히 이익은 냈지만, 영업이익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전 주력 제품의 공급단가가 3만달러 이하였기 때문. 그런데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혁신 고가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주 짧은 시간을 ‘찰나(刹那)’라고 한다. 학계에서는 ‘0.0133333…초’라 규정한다. 이보다 짧은 시간 단위가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다. 카메라 셔터가 찰칵하고 여닫히는 시간 정도다.

레이저옵텍이 2020년 이후 시판한 제품에 마이크로초보다 훨씬 빠른 피코초와 나노초의 결합제품이 있다. 참고로 마이크로초의 1000분의 1은 ‘나노초’,나노초의 1000분의 1은 ‘피코초’라 한다. 업계 최초 고출력 피코초·나노초 결합상품인 ‘헬리오스 피코 785 레이저’는 세계 시장에서 대당 5만달러(약 6000만원) 이상에 팔리는 고가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인도네시아의 대형 미용 병원 체인인 에르하 클리닉(ERHA Clinic)에서 헬리오스만 10대를 구매하는 등 아시아 시장에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이어 개발한 최초의 고체형 UV 레이저인 팔라스 레이저 시리즈 역시 미국의 대형 건선, 백반 치료 전문 병원인 ‘어레이스킨테라피클리닉(ARRAY SKIN THERAPY CLINIC, LA 소재)’의 9개 계열 병원에 장착했다.

김두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관심 가질 장비로 ‘팔라스 프리미엄’을 꼽으며 “기존 장비는 미국 경쟁사 대비 속도가 떨어졌으나 이를 개선한 팔라스 프리미엄이 미국 시장에서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올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코레이저(Picosecond Laser) 계열 제품인 피콜로 프리미엄 역시 북미 시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형 국제학회인 AAD에서 미국 스포캐인 피부과(Spokane Dermatology) 설립자인 윌리엄 필립 워슐러 박사가 피콜로 프리미엄을 활용한 피코윤곽술(Pico Sculpting)을 선보였는데 업계 반응이 뜨거웠다. 이후 전 세계 의사에게 시술법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시장에 없는 제품을 내놓다 보니 높은 가격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고가 제품군 비중은 67.7%에 달한다. 2021년에는 고가 제품 비중이 54.3%였다.

약점은 없나

경쟁사 진입이 변수

레이저옵텍에 약점도 있다.

주력 기술인 고체 레이저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기술 편중 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외부 시선이다. 특히 특정 아이템 위주 전개를 하다 보면 코로나19 창궐 때처럼 갑자기 수출길이 끊겼을 경우 2020년 4월처럼 수출액 ‘제로(0)’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경쟁사 약진도 간과할 수 없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사가 이 시장에 빠른 속도로 언제든 진입할 수 있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여기에 더해 각 국가의 의료·산업 장비 규제 강화와 자국 기업 보호 정책 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른 모드(Modality)로의 확장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창진 대표는 “레이저옵텍이 산업용·피부미용 분야를 넘어 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레이저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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