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5번 쌓인 배움…50년새 동원그룹 헤리티지 된 '목요세미나'
양복을 차려입은 야신(野神)이 공을 던질 것처럼 왼손을 들어 올리자 강의를 듣던 직원들의 눈이 김성근 전 프로야구 감독의 손끝으로 모였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동원산업빌딩에서 열린 ‘목요세미나’에서다. 김 전 감독은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라는 뜻의 좌우명인 ‘일구이무(一球二無)’를 설명하며 ‘기업의 혁신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목요세미나는 동원그룹이 1974년 9월 26일 시작한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날로 꼭 50주년을 맞았다.
50년 전 창업주가 시작한 ‘목요세미나’
목요세미나의 시작은 창업자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결심이었다. 회사를 세운 지 꼭 6년이 되던 때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겨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다. 김 명예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공유된 가치관을 갖고 경영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로부터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매월 4번의 목요일 중 1회는 외부의 명사를 초청해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메시지를 함께 배우고자 했다. 또 “자극받고 깨우치며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나머지 3회의 목요일에는 사내에서 주제를 정해 세미나와 토론을 이어갔다. 그렇게 50년간 쌓인 목요일의 배움은 벌써 2345회가 됐다.
본사 건물에 근무하는 200여 명의 직원은 현장에서,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 3000여 명은 온라인으로 목요세미나에 참여한다. 세미나 한 회의 평균 소요 시간이 90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 50년 동안 누적 3500시간이 넘는 배움의 시간이 쌓인 셈이다. 김재철 명예회장이 “배움이 곧 복지”라는 신념으로 인재육성을 기업의 책임으로 여겨와 가능했던 시간이다.
시대에 따른 고민과 화두 담아
이홍구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고(故)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 같은 석학이 동원그룹 임직원을 만나 지식을 나눴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 박노해 시인, 이미도 번역가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명사들이 동원그룹 직원들에게 영감을 줬다. 그간 연단에 선 외부 인사가 608명에 달한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게 기업의 책임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해 목요세미나라는 동원그룹만의 헤리티지를 50년에 걸쳐 쌓아왔고,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자신의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회를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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