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텔, 신형 AI 가속기·CPU 야심작으로 돌파 의지
“특정 벤더(vendor,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는 강력한 대체재이고 높은 성능과 가격 효율성이 강점이다.”
인텔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가우디3’에 대해 인텔코리아는 이렇게 소개했다. 엔비디아의 H100을 대체할 수 있는 성능 좋고 더 저렴한 가속기라는 의미다. 올 4분기부터 시장에 나올 가우디3는 위기의 인텔에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26일 인텔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시를 앞둔 가우디3와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제온6 P-코어를 소개했다. 두 제품 모두 4분기부터 고객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이날 나승주 인텔 데이터센터·AI 사업부 한국 영업총괄 상무는 “(가우디3를 통해) 국내 고객들에게 AI 인프라 구축에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에 필수인 반도체다. 현재 엔비디아가 이 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 차지해 AMD와 인텔 등을 따돌리고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인텔은 가우디3가 엔비디아 H100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데도 가격은 3분의 2 수준이라는 점에서 경쟁력 있다고 자신한다.
나승주 상무는 “엔비디아 외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국내외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시간이 갈수록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IBM을 고객사로 확보해 내년 초부터 가우디3를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네이버와 긴밀히 협력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인텔은 연말까지 이전 모델인 가우디2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데이터센터에 이를 도입할지 결정한다. 성능이 검증될 경우 차세대 제품인 가우디3로도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네이버와는 22개 대학 등과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한 산학 협력도 하고 있다.
인텔은 이날 이전 제품 대비 성능을 두 배 높인 차세대 서버용 CPU(제온6 P-코어) 출시 계획도 밝혔다. 앞서 펫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6월 제온6을 두고 “성능은 높이고 전력은 낮췄다”라고 설명했다. 나 상무는 “구글 클라우드가 제온6을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도입 관련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제품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는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2.0을 처음 지원한다.
이번 신제품 발표는 인텔이 경영 악화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분사 등 구조 조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업계에서 신제품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미 엔비디아와 끈끈한 고객을 인텔이 유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 측은 가우디3의 올해 매출이 최대 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쟁사인 AMD(45억 달러), 엔비디아(400억 달러)의 AI 가속기 매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신형 AI 가속기인 블랙웰 칩을 4분기에 출시하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랙웰은 H100보다 최대 4배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텔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10년째 인텔코리아를 이끈 권명숙 사장이 이달 말 은퇴하며, 배태원 인텔코리아 삼성사업 총괄 부사장이 후임으로 내정됐다. 최근 실적 악화로 인한 대규모 감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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