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사 법왜곡죄’에 “불리하면 고소·고발, 남발 우려”

국회에 “신중 검토” 의견 제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법 왜곡죄로 불리는 형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연합뉴스

법원행정처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사 무고죄·법 왜곡죄’(형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두 법안에 대해 법원행정처도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행정처는 민주당 김용민·이건태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검사 무고죄와 법 왜곡죄에 대해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두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회부돼 있고, 향후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사 무고죄는 검사 등이 타인의 형사처분을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거나, 수사기관 조사나 재판에서 ‘일정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위계나 위력을 행사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검찰 조사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민주당은 검찰 압박과 회유 탓에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 때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 등을 근거로 검사 무고죄와 법 왜곡죄 신설을 추진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검사 무고죄 법안에 대해 “‘일정한 사실’이 설령 진실일 경우에도 처벌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의자 등이 실제 자신이 저지른 범죄 사실에 대해 자백하거나 진술하는 경우도 ‘일정한 사실’에 포함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실제 수사기관의 위력이나 위계가 없었음에도 이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수사기관 수사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 왜곡죄는 검사 등이 직무 수행 중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은 경우, 범죄 사실이 인정되는데도 기소를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원행정처는 법 왜곡죄에 대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도출된 경우 ‘법 왜곡’을 주장하며 불필요한 고소·고발이 남발돼 수사기관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 도입시 반복적·지속적 분쟁이 불가피해지면서 법적 안정성에 문제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법원행정처는 “독일에서 법 왜곡죄가 도입된 것은 나치 및 옛 동독 체제에서 법관들에 의해 이뤄진 불법 사법·판결 행위가 처벌받지 않았다는 특유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라며 “우리 형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유기한 행위, 직권을 남용한 행위 등을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이미) 두고 있다”고 했다. 증거나 사실관계 조작 행위도 공문서 위조나 증거인멸 등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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