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직격 소상공인·…신보가 대신 갚은 빚만 2조원 육박
내수 부진의 충격이 이어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의 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고물가의 부담까지 겹친 것이 대출 연체를 키운 원인이 됐다.
26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신보)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보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대위변제에 쓴 돈은 1조9364억원이다. 대위변제는 금융사가 빌려준 돈을 상환받지 못했을 때, 신보 같은 보증기관이 이를 대신해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대위변제액이 늘면 그만큼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도 증가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보가 대신 갚아준 빚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1조5703억원이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2022년까지는 대위변제액이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위변제액(2조2527억원)이 급증해 2조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까지 숫자만 집계했음에도 벌써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금액이 많아졌다. 증가액이 현재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 신보가 대신 갚아주는 빚만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신보의 대위변제액이 증가한 것에는 코로나19 당시 나간 소상공인 대출이 결정적이었다. 2020년 5월부터 신보는 코로나19로 경영 애로를 겪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위탁 보증을 통해 은행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관련 대출이 처음 나간 2020년에는 소상공인 위탁보증으로 인한 대위변제액이 15억원에 그칠 정도로 연체액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관련 대위변제액은 5074억원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벌써 3445억원의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액이 지출됐다. 특히 2020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액 누적금액(1조1202억원)은 1조원이 넘는다.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증가하면서 위탁보증 사업의 부실률도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신보가 집계한 소상공인 위탁보증 관련 부실률은 16.3%로 같은 기간 일반보증 부실률(3.5%)의 4배가 넘는다.
내수 부진의 터널이 쉽사리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증가하는 가계대출 때문에 한국은행(한은)이 쉽사리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사가 안되니 빚만 늘었는데, 한은 긴축 정책으로 금리까지 올라가다 보니 빚을 못 갚는 소상공인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한은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 이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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