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훈풍'에 코스피 2670선…개미는 ‘금투세 리스크’에 1.2조 팔았다

황의영 2024. 9.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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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뛰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화색이 돌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3% 가까이 올랐다. 전날 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할 지 여부를 다시 미루면서 두 지수 모두 1% 이상 하락했지만, 하루 만에 진정을 찾았다.

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5.25포인트(2.9%) 오른 2671.57에 장을 마쳤다. 지난 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이 7거래일 만에 주식을 순매수(약 4800억원)하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기관도 8000억원 어치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1조2500억원 가량을 팔았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투세 리스크를 의식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스닥 지수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2.62% 급등하며 779.18로 장을 마감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모습.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5.25포인트(2.90%) 오른 2671.57로 장을 마감했다. 뉴스1

훈풍은 미국에서 불어왔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마감 뒤 ‘반도체 업종의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2024년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마이크론은 특히 “인공지능(AI) 칩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올해와 내년에 만들 제품은 이미 매진됐다고 했다. 실적 발표 후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4% 이상 급등했다. 이에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론’이 잘못된 판단이라는 안도감이 시장에 퍼졌고, 반도체주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국내에선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4.02% 올랐고, SK하이닉스는 9.44% 급등하며 18만원대를 회복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를 덜어주면서 투자 심리를 호전시켰다”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61%, 일본 닛케이는 2.79% 급등했다.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할지는 미지수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수급 방향성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정치권의 금투세 관련 불확실성은 증시 변동성을 수시로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보다 1.28% 오른 7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 영향이다. 영풍은 1.22%, 영풍정밀은 9.67% 각각 올랐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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