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수류탄 던지고 총격전…페루서 납치된 한국인 극적 구출
"범죄 조직으로 보이는 이들이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검거 과정에선 총격전도 있었습니다."
26일 외교부 당국자는 13년 만에 페루 수도 리마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사건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현지에 머무르는 한국인들에게 안전 유의 공고를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페루에선 코로나 19 이후 닥친 경제난 등으로 인해 납치 사건이 크게 느는 추세다.
이날 외교부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한국인 사업가 A씨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새벽 페루 수도인 리마에서 지인과 헤어진 후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됐다가 하루만인 25일 구출됐다. 그는 구출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납치 과정에서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타박상이 있었지만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전했다.
구출 과정에서 총격전도 벌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납치 당일인 24일 밤 납치범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리마 북부에서 현지 경찰이 작전을 수행하던 중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감지한 납치범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현지 경찰이 의심되는 차량을 식별했고 총격전 끝에 베네수엘라 국적의 납치범 세 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납치범이 몰던 차 안에서 A씨가 발견됐다고 한다.
외교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주 과정에서 납치범들은 경찰차를 향해 수류탄 두 개를 던졌고 이 중 한 개가 폭발하면서 경찰관 한 명이 다쳤다. 현지 경찰은 납치 동기와 배후, 조력자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납치범들은 A씨를 납치한 이후 A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으며 어떤 단체인지는 아직 전달받지 못했지만 범죄 조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페루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범죄는 2011년 10대 학생이 등굣길에 납치됐다가 23일 만에 풀려난 이후 13년 만이다. 페루에는 한국 교민 1200명이 살고 있으며 이중 약 1000명이 수도 리마에 거주한다.
페루 정부는 오는 11월 한국도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치안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승을 부리는 각종 범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납치 사건이 발생한 곳도 페루 수도 리마 한가운데였다고 한다. 페루의 납치 사건 발생 수는 2020년 1698건에서 2021년 2860건, 2022년 3398건, 지난해 406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페루가 중남미 지역에선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곳이지만 코로나 19 이후 경제가 악화해 이주민 유입이 많아 범죄율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페루 한국 대사관은 납치 신고를 접수한 직후 현지 경찰청 및 피랍자 가족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했다. 외교부 본부에서도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해 회의를 열고 구출 방안과 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주페루 한국 대사관은 지난 5월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경우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구출된다는 희망을 갖고 최대한 건강 상태를 유지할 것’ 등 행동 요령을 공지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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