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란 하이브리드 전쟁’의 무기공급처”…“美정부 저지 나서야”

김형구 2024. 9. 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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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국학회(ICKS) 연례 콘퍼런스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렸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최근 몇 년간 중동의 친이란 무장단체가 벌이는 폭력사태에서 북한이 직ㆍ간접적 방식으로 무기나 전문기술, 군사훈련 등을 제공해 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브루스 벡톨 주니어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국제한국학회(ICKS) 연례 콘퍼런스에서 “중동에서 ‘이란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이란 정권의 지원을 받는 지역 내 국가ㆍ단체들에 의해 성공적 형태의 침략을 보여 왔다”며 “이들 이란의 대리 파트너들이 오랫동안 북한으로부터 무기ㆍ훈련ㆍ기술ㆍ자문을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란이 시리아ㆍ헤즈볼라(레바논 무장단체)ㆍ예멘 후티반군ㆍ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등 친이란 테러 집단을 지원하면서 벌이는 다차원적 분쟁을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불렀다.

벡톨 주니어 교수는 이날 발표한 ‘이란의 대리 파트너들에 대한 북한의 지원’ 보고서에서 “이란은 헤즈볼라에 가장 중요한 재정적 후원세력이고 북한은 헤즈볼라의 주요 무기 공급국 중 하나”라며 “북한은 또 40년 이상 이란과 지속적인 군사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짚었다. 이란의 지원을 받은 헤즈볼라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조달받고 북한과 이란 역시 군사 관계를 맺는 3각 고리가 오래 전부터 작동해 왔다는 의미다. 국제한국학회 회장으로 있는 벡톨 주니어 교수는 국방정보국 정보장교 출신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북한 군사 확산』, 『김정은 시대의 폭력과 불안정, 북한과 지역 안보』를 펴내는 등 북한의 군사 동향에 주목해 온 대북 전문가다.


북한, 헤즈볼라 거점 연결 터널 구축


벡톨 주니어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헤즈볼라에 냉전시대부터 122㎜ㆍ107㎜ 다연장 로켓 발사기 등 로켓 시스템을 공급했고 1980년대 헤즈볼라 지도자들이 특수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속 병사들의 모습. AP=연합뉴스

2006년에는 레바논 남부에 거대한 지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과정에 북한이 헤즈볼라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 지하 네트워크에는 대(對)이스라엘 전쟁에 사용할 목적의 무기 벙커, 통신 시설, 지휘ㆍ통제 네트워크가 포함돼 있었다. 이후 헤즈볼라는 북한의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13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레바논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45㎞ 길이의 터널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터널 시스템은 2021년 완공됐다.

북한은 하마스와도 1960년대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가 122㎜ 다연장 로켓탄이나 대전차 방사포 F-7 등 북한산 무기를 쓴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벡톨 주니어 교수는 “북한은 1970년대 초부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등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냉전 이후 북한은 다른 친이란 단체보다 하마스 지원에 집중했다는 게 벡톨 주니어 교수의 분석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월 8일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 관해 '동일하게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한글표기가 된 F-7 로켓의 부품 사진 1장을 공개했다. 사진 국가정보원


“北을 ‘실존 위협’ 간주하고 저지 나서야”


벡톨 주니어 교수는 “북한은 친이란 무장단체에 상당한 군사적 지원을 해 왔고 이는 북한의 군ㆍ산 복합체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은 북한의 군사적 확산을 실존하는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11월 대선 이후 들어설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북한 인권과 안보 문제의 상호 연관성을 깊이 인식해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을 위한 대북 관여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차기 미 정부 적극적 대북정책 펴야”


올리비아 에노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카멀라 해리스(부통령)든 도널드 트럼프(전 대통령)든 곧 들어서는 미국의 새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국익에 대한 북한 정권의 다각적인 위협을 고려할 때 차기 미 행정부는 북한 정권을 다루기 위한 방책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노스 연구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북한 안보와 인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약화됐다”며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물질적 지원 등 미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여지가 생겼고 북한 정권은 다양한 형태로 주민을 계속 착취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노스 연구원은 특히 “미 정부는 북한 안보와 인권 문제를 함께 추구하지 않고 별도 트랙에서 대응했다”며 “북한의 안보와 인권 문제는 깊이 연관돼 있다는 중요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미국이 김정은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해 ‘잔학행위’ 결정을 내리고 인권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접근을 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 인권 NGO에 ‘협의지위’ 늘려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비정부기구(NGO)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의 ‘협의 지위’ 부여 기회가 더욱 늘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민간 차원 의견을 수렴해 유엔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NGO에 협의 지위를 부여한다. 협의 지위를 갖춘 NGO는 경제사회이사회 및 산하 위원회 모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으며 유엔 총회 의제 제안 및 발언권 신청, 자료 배포 등 권한을 갖게 된다. 현재 전 세계 6626개 NGO가 협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북한인권위원회 등 일부 NGO가 어렵사리 협의 지위를 획득했지만 이는 일부 예외적인 성공 사례일 뿐”이라며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 있는 정권을 상대하는 북한 인권 NGO에는 협의 지위가 예외가 아니라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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