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티어’ 기술 인력 비자 신설…AI·로봇 첨단 인재 10만 유치

석경민 2024. 9. 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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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신 출입국·이민정책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를 대비해 외국인 우수 인재 유치에 나선다. 인공지능(AI)·양자기술·로봇 등 첨단 분야 고급 인재 전용 ‘톱티어(Top-Tier) 비자’를 신설해 향후 5년간 10만명 이상 전문 기술인력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신(新) 출입국·이민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한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장기체류자 규모는 지난 10년간 100만명 가까이 증가해 현재 196만명이고, 그 구성도 다양해졌다”며 정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저출생 기조 장기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해 산업계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고 지역 소멸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며 “과학적인 분석과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외국인을 선별적으로 유치하는 출입국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AI·양자기술·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톱티어’ 비자를 내년 초 신설할 계획이다. 해외 유수 대학의 이공계 학사 학위나 세계적인 기업이나 연구소에 재직 혹은 세계 수준의 원천기술 등을 보유한 첨단분야 인재가 대상이다. 법무부는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부처와 비자 신설을 논의하고, 톱티어 비자 발급 대상과 동반가족에게는 체류 편의를 제공한다.

또 톱티어 비자 발급대상이 아니더라도 기존 전문인력(E1~E7 비자)으로 분류되거나 혹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배우자 국내 체류 자격을 완화한다. 배우자의 취업 허용 업종을 기존 전문직종에서 가사와 육아를 포함한 비전문 직종 취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 모습. 연합뉴스

주요 경제협력국이나 한국전쟁 유엔 참전국의 청년들에게 문호를 넓혀 어학연수를 하면서도 인턴이나 취업 병행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인 ‘청년드림’ 비자도 신설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영국의 청년교류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청년드림 비자로 주요 외국인들이 한국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 추후 한국으로의 유학이나 취업 등을 계획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리고 했다.

기존 외국인 유학생들이 졸업 이후 구직 기간이나 취업 허용 직종 범위가 협소해 국내에 정착하지 못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어 능력을 갖추고, 성실하게 학업을 맞춘 졸업생을 대상으로 구직 혹은 인턴 기간을 확대하고 비전문 분야로의 취업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단순노무 인력(E-9)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급한다. 기존 숙련기능인력이 수도권에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농어업이나 지역 소재 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문턱을 더욱 낮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 두 가지 제도가 외국인 우수 인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숙련기능인력 비자 발급의 업종별 지역별 완화는 지역 소재 기업의 일손 부족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무분별한 외국인 유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도 고심하고 있다. 무분별한 외국인 인력 도입으로 국민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비자 발급 규모 사전 공표제’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업종별 인력수급 불균형과 불법 체류 상황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다음 연도에 필요한 비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법무부 이민정책에 대해 “기존의 가족 단위로 정착하려는 데 어려움이 겪던 외국인 우수인력의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핵심은 일본이나 경쟁국보다 충분한 임금과 대우를 보장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선제돼야 한다”고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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