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문체부 간극 여전... 2010년과의 '공통점'

성하훈 2024. 9. 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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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영화계 절실한 요구 외면하는 문체부 예산 정책

[성하훈 기자]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위한 영화제 정책 토론회'
ⓒ 성하훈
영화계가 원하는 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편성한 예산의 간극은 상당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위한 영화제 정책 토론회는 현재 영화정책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장이었다. 영화계는 일관된 목소리로 문제를 지적했고, 문체부의 본질과 핵심을 벗어난 답변에 영화인들은 답답해 했다.

20일 토론회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 토론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정 영화제의 문제를 다루거나, 전체 영화산업을 다루는 과정에서 영화제가 포함된 적은 있었으나 영화제만을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장소가 국회 토론회 장소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의원회관 1소회의실이라 참석자가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자리를 다 채우고, 보조 의자도 모자랄 정도였고 서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만큼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발제와 토론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전달됐다. 놓고 싶어도 높을 수 없는 절박함과 버티기 위해 인건비를 삭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참석자들은 공감했다. 대부분 비슷한 처지에서 어렵게 영화제를 꾸려오고 있는 데 따른 동질감이었다(관련기사 : "현 정부, 영화 산업 너무 과소 평가... 지원 정책 재고해야").

영화계 요구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위한 영화제 정책 토론회'
ⓒ 성하훈
사실 영화제 예산은 지역영화 지원 삭감과 함께 지난해부터 원성이 자자했던 사안이었다. 국내 외 영화제뿐만 아니라 지역 독립영화제 등도 블랙리스트 수준으로 돌아간 예산에 대해 아우성인 상황. 지난 6월 유인촌 장관이 독립영화인들을 만나 고충을 직접 듣고 소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관련기사 : 유인촌 장관, 독립·지역영화인과 회동... 영화인들 '예산복구' 요구).

하지만 지난 8월 27일 발표된 2025년 문체부 예산안 결과는 이런 소통이 반영되지 않은 불통이 드러난 예산이었다. 영화계가 절박하게 요구한 예산은 제대로 복구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체부를 대표해 나온 김지희 영상콘텐츠 과장은 "영화산업 위기인 상태에서 내년 중규모 예산의 영화를 살리는 데 집중하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인들의 절박한 호소를 무시하고 왜 중규모 예산을 살리는 게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영화계는 신설된 '중규모 예산 영화 지원 사업'을 독립·저예산 영화 배제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과장은 또한 "영화제에 대한 걱정을 문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5억 원 증액과 지원대상 영화제를 15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제 지원 예산은 지난해(2023년) 56억으로 42개 영화제(영진위 공동 주최인 서울독립영화제 제외)를 지원했다가 올해 26억에 11개 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 포함) 지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내년에 5억을 늘이면서 증액을 강조하는 것은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행태라는 게 영화계의 비판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은 "문체부 과장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로 40개 영화제 지원하던 것을 11개로 올해 줄였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2010년 영화제 토론회 '기시감'
 지난 9월 한 영화행사에 참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체부 측은 이날 토론회에서 영화제 예산 삭감 문제에 재정자립도를 내세웠다. "재정자립도가 미달하는 곳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맞는지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국내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재정자립도는 영화제가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거지 문체부에서 판단하는 것 부적절하다"라며 "지원기관으로 역할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문체부의 논리는 상당한 기시감이 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가 가동되던 시기 당시 문체부는 국제영화제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었다. 실상은 영화제 예산 삭감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당시 정부 측 입장을 대변했던 보수 영화계 인사는 "영화제가 소모적 문화행사로 투입되는 비용대비 10% 정도만 회수되는 만큼 경제성이 없는 불친절한 행사"라며 "지원을 시작한다는 것만 있고 끝점이 없으니 이를 정돈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소모성이 강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수익성이 필요한 재정자립도를 내세우는 문체부 논리와 비슷하다.

당시 영화계는 '영화제를 통한 도시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제기하면서 반발했다. 20일 토론회에서도 무주산골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 등을 강조했다.

20일 토론회에서 무주산골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무주군 전체 인구보다 많은 방문객과 함께 관객 지출 비용을 179억으로 추산하는 문화관광연구원 자료를 제시했고, 전주영화제 역시 국제영화제 평가서를 인용해 생산유발액 204억 원에 부가가치 유발액이 96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권의 문체부는 귀를 막은 듯 영화제 예산을 계속 삭감했다. 이 문제가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었다는 것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밝혀졌다.

지난 2010년과 현재의 공통점은 하나가 있다. 문체부 수장이 유인촌 장관이라는 점이다. 유인촌 장관은 부인하고 있으나, 블렉리스트 피해 문화예술단체들은 그를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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