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달콤한 현금 살포의 덫

배경환 2024. 9. 26. 11: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또다시 '현금 살포'라는 덫에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25만원 지급안'의 대안으로 당론 발의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일주일째, 법안 처리시한도 일주일이 남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이날 국회에서는 지역화폐법과 궤를 같이하는 '1인당 25만원 지급' 내용을 담은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까지 재표결에 부쳐진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현금 살포'라는 덫에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25만원 지급안'의 대안으로 당론 발의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일주일째, 법안 처리시한도 일주일이 남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양극화를 완화하고 지역경제와 골목경제는 물론 소상공인까지 살리는 더 없는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성남시에서 250억원 정도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더니 성남의 망해가던 전통시장이 살아났다는 성공담을 전한다.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는 것이고, 결과적으론 나한테도 25만원의 공돈이 생길 테니 나쁘지는 않다. 뿌려질 지역화폐는 어떤 식으로든 쓰이기 마련이고 지역경제 기여 효과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강제하고 재정 지원을 의무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득이 되느냐를 따지면 '덫'인 것은 분명하다. 이 대표가 성남시에 실험했던 지역화폐와 달리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20년 9월 내놓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도 2010~2018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낙후된 지역 등 특정 지역에만 발행해야 인접 지역으로 유출될 수 있는 소비를 붙잡을 수 있지만 법으로 의무화할 경우 모든 지자체가 발행에 나서 효과가 상쇄된다는 논리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지역 내 '소비 증가→내수 회복'의 근거도 부족하다. 우리는 앞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재난지원금 14조원을 국민에게 지급했지만 이 중 30%만 소비 진작에 기여한 상황을 경험했다. 14조원을 쏟아부은 보편지원에 30% 효과라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으로 보면 실패다.

무엇보다 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에게 위헌 법률 시행을 독촉하는 행태도 넘어가기 힘들다. 헌법 54조 2항은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한다', 57조는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따른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도 큰 셈이다.

문제는 상황이 어찌 되든 민주당으로선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게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민생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라는 프레임을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여당 내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은 2020년 총선 당시 코로나19를 핑계로 막대한 현금을 뿌려 성공한 정권을 봤다.

이날 국회에서는 지역화폐법과 궤를 같이하는 '1인당 25만원 지급' 내용을 담은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까지 재표결에 부쳐진다. 빚으로 나라가 골병든 상황에서 또다시 빚으로 빚을 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 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18조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가 이미 1126조원을 넘어섰는데, 18조원은 내수부양을 위한 마중물로 삼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재정 투입에 대한 합리적 기준 없이, 여야가 정쟁 도구로 삼는 듯한 지금의 현실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