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공개매수가 상향…고려아연 "매수가 인상 강력 반대"

오현길 2024. 9. 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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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투입금액 3000억 늘어
공개매수 시한 단 5거래일
고려아연, 우군과 반격 나서나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으로 커졌다. 공개매수 시한까지 단 5거래일에 불과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결단을 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MBK 등을 향해 "누가 결정했냐"며 "또다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6일 오전 10시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71만5000원으로 전일보다 1.56% 올랐다. 영풍정밀은 전일보다 9.01% 오른 2만48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올렸다.

고려아연의 지분(1.85%)을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2만원에서 2만5000원(25%)으로 상향했다. 앞서 MBK는 고려아연 지분 6.68~14.61%와 영풍정밀의 지분을 최대 43.43%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MBK측 투입 금액은 늘게 됐다. 공개매수 최대 물량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기존 발표(2조1332억원)에서 2조4396억원으로 약 3000억원 늘게 된다. 영풍은 MBK에 자금을 지원했는데, 결국 공개매수 상향을 고려한 지원이었다.

이날은 MBK가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공개매수 종료 시점은 영업일 기준 다음 달 4일이다.

최 회장이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은 5거래일이 남았다. 고려아연은 백기사 확보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밑돌 경우 고려아연이 우군과 함께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PEF가 직접 나서는 방식도 있다. PEF가 최 회장 측 백기사로 나서 장내에서 유의미한 지분을 매집, 주요 주주로 오르면 공개매수 실패를 유도할 수도 있다. 다만 향후 투자에 따른 회수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약한 고리다. 또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2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데 이어,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은 대표이사 2명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없고, 이사회 의장 자리가 빈 상황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3000억원 대출까지 받아 빌려주는 믿을 수 없는 결정까지 내렸다"며 "누가 도대체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무리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또다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려아연 경영진과 핵심기술진, 근로자들은 공개매수가 인상을 강하게 반대한다"며 "더 많은 돈을 쓸수록 고려아연의 핵심 인력과 기술, 자산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업계에선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 성과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훼손된 지배구조와 기업가치를 개선하겠다며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고려아연 실적은 오히려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풍 매출은 지난 2015년 2조6154억원에서 2022년 4조4295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3조7617억원으로 떨어졌다. 수익성은 더욱 나빠졌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영업 손실을 기록한 해가 절반을 넘는다. 올 상반기에도 43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고려아연은 2015년 5조7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이 2022년 11조2194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9조7045억원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올해 연 매출 10조원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도 2021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6599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올 상반기 4532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영풍·MBK의 성공으로 끝나더라도 그럴만한 (경영) 역량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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