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로 집값상승·가계부채 증가 우려…선제 관리 중요"

이창환 2024. 9.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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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로 집값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
선제적인 정부정책으로 금융취약성 낮춰야
한은 금융안정상황보고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선제적인 거시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은이 26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 결정 등으로 금융불균형 축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상승률은 1년 이후 0.43%포인트 더 올랐고, 특히 서울은 0.83%포인트로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가량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했던 올해 2분기 이후 주택매매가격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지난달 기준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2%가 넘는 서울지역 자치구가 15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민간신용 증가율이 경제성장 속도를 상회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매매 거래가 증가하면서 금융권 가계대출이 올해 2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빠르게 늘어났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하락이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금리 인하로 금융취약성 상승 우려

한은은 금리 인하로 인한 금융불균형의 축적 가능성도 제기했다. 2010년 이후 2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기에 금융불균형 축적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상승한 바 있다.

2012년 2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진행된 첫 번째 금리 인하기에는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민간신용이 증가하고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상승으로 복원력이 저하되면서 FVI가 17.4에서 27.6으로 상승했다.

2019년 2분기에서 2021년 2분기까지 진행된 2차 시기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부동산시장 및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FVI가 33.5에서 56.2로 올랐다. 이 당시에는 주택가격 영향이 FVI 상승에 크게 작용해 현재 상황과 비슷하다는 우려도 있다. 2분기 FVI는 31.5로 전 분기 30에서 다소 상승했다. 2008년 이후 FVI의 장기 평균은 35.3인데 수치가 올라갈수록 금융취약성도 상승한다.

보고서는 금리 인하 기대 및 거시건전성정책 관리 방안을 함께 고려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 금융여건 완화 상황에서 FVI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나 거시건전성정책이 강화될수록 FVI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그 효과도 시차를 두고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적절한 거시건전성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용성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정부가 지난달에 내놓은 주택공급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 주요 대책의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하 등으로 금융여건 완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대책의 효과 점검과 함께 거시건전성정책 공조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책금리 인하와 함께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화해온 캐나다 등 주요국의 정책 운용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이미 발표한 주택공급과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예정대로 일관되게 시행하는 가운데 특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안착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스트레스 DSR이란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중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갑작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미리 준비하고 부동산가격 안정 및 정부의 가계부채 비율 하향 안정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유지되도록 정책 공조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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